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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 감독 'K-리그 물흐린' 대전 구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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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시티즌이 새 사령탑으로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유상철 춘천기계공업고등학교 감독(40)을 선임했다.

새 출발이다. 대전은 "새로운 대전을 만들겠다는 의지에 따라 40대 초반의 유상철 감독을 선임했다. 젊은 감독의 패기가 위기의 대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두 경기에서 드러난 대전의 현주소를 보면 새로 부임한 유 감독의 입에선 한 숨만 나올게 뻔하다. 프로답지 못한 경기력과 안일한 정신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유 감독을 기다리고 있는 건 암담한 미래다. 그렇다면 소방수로 투입된 유 감독이 이 사태를 수습할 방법은? 대전의 현 상황을 직시하고 타개하는 것 뿐이다. 먼저 대전을 향한 프로축구계의 우려 두 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승부조작의 오명을 벗고자 발벗고 나선 축구계의 노력을 헛되이 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이나 각 구단 코칭 스태프, 선수들은 일심동체가 돼 승부조작으로 실망한 팬들의 마음을 돌릴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는 것이 유일한 답이다. 그런데 대전은 이에 역행하고 있다. 지난 5월말 프로축구 승부조작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대전의 태도와는 정반대다. 승부조작 사건이 불거진 직후 열린 5월 29일 전북과의 홈경기. 대전은 선수부족으로 인한 체력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2대3으로 역전패했다. 대전 선수들은 평소보다 한 발 더 뛰었다. 이를 악물었다. 경기가 끝난 뒤 대전의 맏형 최은성(40)은 "오늘 우리 선수들은 경기에 이기는 것보다 살기 위해 뛰었다"라며 흐느꼈다. 살기 위한 이들의 노력에 팬들의 손에선 삿대질 대신 박수가 나왔다. 50여일이 지난 현재, 16일 경남과의 원정경기를 직접 관전했다는 한 대전 팬은 "전반에 경기장 밖으로 나가는데 어떤 꼬마의 아빠가 '이야 0-3이네'라고 말하니깐 옆에 있던 꼬마가 '승부조작 아니야?'이러더라고요. 그 소리 듣고 밖에 나가서 울었습니다. 어쩌다가 우리 팀이 이렇게 된거죠?"라는 글을 대전 홈페이지에 올렸다. 어린 꼬마 팬 조차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보며 '승부조작'이라는 단어를 다시 입에 담고 있다. 팬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둘째, K-리그 경쟁구도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시즌 막판, 6강을 노리는 구단들은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인다. 승점에 이어 골득실 차는 순위를 정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지난해 5위 성남(승점 48·골득실차 20)과 6위 경남(승점 48·골득실차 9)의 순위는 골득실차로 결정됐다. 2009년 2위 포항(승점 53·골득실차 22)과 3위 서울(승점 53·골득실차 20) 순위 역시 마찬가지다. 18라운드를 치른 현재 0대7패, 1대7 패는 단순한 패배로 인식될지 몰라도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전체 순위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한 두 골을 더 만들어내기 위해 열심히 뛰는 K-리그 선수들에게 '허무함'이 공존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대전의 홈페이지에는 '축구 특별시 바로 대전입니다'라는 문구가 떡 하니 걸려있다. 대전은 '특별'이란 단어를 잘못 이해한 듯 싶다. 프로축구의 물을 흐리는 것이 대전 팬들이 원하는 '특별함'의 본 모습은 아닐 것이다. 두 가지 우려를 씻고 유 감독이 다시 대전을 정상궤도에 올려 놓을 수 있을까. 소방수 유 감독의 데뷔전이 될 23일 강원과의 홈 경기를 지켜볼 일이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