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간 선수 4명이 있네."(정해성 전남 감독)
"빨리 잊어야 하는데 잊혀지지가 않아요."(이영진 대구 감독)
극과 극이었다. K-리그판을 강타한 승부조작으로 인해 막대한 타격을 입은 전남과 대구의 반응은 너무나 달랐다. 17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2011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18라운드에 앞서 만난 정해성 전남 감독과 이영진 대구 감독은 서로 다른 반응이었다.
정 감독은 대범했다. 걸걸한 목소리답게 거침없었다. "현재 10명의 선수가 없다"고 운을 뗐다. "2명(이상호 공영선)은 부상이다. 3명(황도연 이종호 김영욱)은 20세 이하 월드컵으로 콜롬비아에 가있다. 1명(지동원)은 유럽으로 갔다"고 덧붙였다. 그 다음이 압권이었다. 정 감독은 거리낌없이 "나머지 4명은 창원에 있다"고 말했다. 승부조작 사태로 팀을 떠난 선수들을 가감없이 밝혔다. 평소 직선적이고 남자다운 성격다웠다. 정 감독은 "철창 신세 지고 있는 4명 등 팀을 떠난 선수로 인해 팀이 힘들다"고 했다. 철창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썼다.
이영진 감독과는 딴판이었다. 대구는 6명의 선수가 승부조작에 연루되어 뛰지 못하고 있다. 단어 선택에 있어서 조심스러웠다. 이 감독은 "갑자기 팀의 선수 몇몇이 없어졌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실연당한 남자같았다. "운동장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빨리 잊어야 하는데 잊혀지지가 않는다"고 아픈 마음을 표현한 이 감독은 "처음에는 배신감을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니 사전에 이런 사태를 막지 못한 나 자신이 아쉽더라"고 말했다.
반응만큼 두 감독의 대처방안도 달랐다. 팀 상황의 차이가 컸다. 정 감독은 그래도 씩씩했다. 1군 선수들이 많이 없지만 뒷받침하고 있는 신영준 황선필 등 2군들이 있었다. 전남 선수들도 약 2주전부터 새벽훈련을 자청하고 나섰다. 평소 홀로 새벽 조깅을 하는 정 감독을 따라 선수들이 하나둘씩 따라붙었다. 어느새 비공식적이지만 공식적인 새벽훈련이 되어버렸다. 2군 선수들에게는 기회였다. 정 감독은 "외부에서 걱정해주시는데 내부 분위기는 좋다. 선수들이 경쟁이 붙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아쉬움이 컸다. 이날 원정온 17명이 1군 선수들의 전부라며 한숨을 쉬었다. 살얼음판을 걷고 있었다. 시민구단의 특성상 선수들을 보강하기도 쉽지 않다. 이 감독은 "이 경기장에 온 선수 가운데 연봉 1억원 넘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며 "선수 보강도 쉽지 않다. 선수들을 믿어야지 어찌하겠나"라고 힘없이 말했다.
이날 경기는 전남이 3대1로 승리했다. 정 감독은 씩씩하게 지도했다. 반면 이 감독은 경기 중간 심판판정에 항의하며 퇴장당해 대조를 이루었다. 광양=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