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수원이 심리치료를 받는다. 코칭스태프를 포함한 전 선수단이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다.
수원 구단의 이같은 조치는 선수들이 느끼는 과도한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명문 구단이다. 성적이 처지면 바로 이슈가 된다. 상대팀은 수원을 잡기위해 혈안이다. 또 2만명에 육박하는 거대 서포터스 조직인 '그랑블루'는 K-리그의 상징적인 존재다. 팬들의 성원은 큰 용기와 힘이 되지만 때로는 그로 인해 부담감을 느낀다.
수원은 1~2경기만 져도 선수단 분위기가 크게 다운된다.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고통을 느낀다. 수원 구단은 "선수들에게 축구에 대한 행복감을 더 크게 만들어주기 위해 이같은 심리치료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심리치료는 한덕현 중앙대 신경정신과 교수가 맡았다. 한 교수는 프로야구 LG트윈스의 심리 주치의이기도 하다.
이미 300문항이 넘는 개인 질문지가 지난주 배포됐다. 18, 19일 양일간 오후 2시부터 밤 11시까지 7명씩 3개조로 특강과 함께 심리치료가 이어진다. 또 3명의 검사관이 추가로 투입되어 1대1 면담 시간도 갖는다.
수원이 처한 상황은 특별하다. 수원은 이적생들이 유난히 많다. 염기훈, 오장은, 이용래, 정성룡, 황재원 등 주축선수는 최근 2년 사이 다른 팀에서 수원으로 왔다. 거대한 '용병 집단'은 소속감보다는 이질감이 강하다. 동료들과의 유대감이 덜하기 때문에 주위로부터 나쁜 평을 들은 선수는 그 정도가 심해지면 마음의 짐을 지게 된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 교수는 선수들로 하여금 축구인, 직업인, 생활인으로서 존재감을 찾아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스트레스 치료법과 자긍심을 북돋우기 등의 구체적인 작업들도 이뤄진다.
외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스페인은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심리치료를 받았다. 이후 심리치료는 특별한 과정이 아닌 훈련의 일환으로 인식돼 왔다. 스페인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우승하는 등 세계 축구를 선도하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