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 끝장마로 수도권 2경기가 모두 최소된 15,16일. 폭염 속에 열린 대구 경기는 마치 한국시리즈를 방불케 할 정도로 뜨거웠다. 1,2위 팀 삼성과 KIA가 양보할 수 없는 치열한 총력전 속에 명승부를 펼치며 만원 관중의 관심에 화답했다.
올시즌 가을잔치에서 격돌할 가능성이 높은 두 팀. 명불허전이었다. 최강 불펜을 자랑하는 삼성과 최강 선발을 자랑하는 KIA는 자신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며 1승1패로 균형을 맞췄다.
포스트시즌 맞대결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는 대구 시리즈. 양 팀 팬들을 설레게 했던 '삼성 불펜 vs KIA 선발' 간 극강의 극한 대결을 재구성 해본다.
▶삼성 불펜의 힘, KIA 타선을 압도한 오승환의 존재감
16일 삼성-KIA전은 삼성 불펜의 힘을 유감 없이 보여준 경기였다. 선발 카도쿠라가 'KIA전 악몽'을 떨치지 못하고 1회 3실점하자 삼성 벤치는 일찌감치 승부수를 띄웠다. 2회부터 카도쿠라 대신 전날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정인욱을 투입하며 일찌감치 불펜을 가동했다. 정인욱(2⅔이닝 3안타)-정현욱(1⅔이닝 2안타)-권 혁(⅓이닝 무안타)-안지만(2⅓이닝 1안타)으로 이어진 불펜A조가 무실점으로 호투하는 사이 삼성은 야금야금 추격해 8회말 기어이 4-3 역전에 성공했다.
어김 없이 '수호신' 오승환이 장엄한 테마송과 함께 마운드에 올랐다. KIA 타순은 이범호-김상현-나지완으로 이어지는 클린업트리오. 모두 한방을 갖춘 거포였지만 오승환에게 타협은 없었다. 매 타석 '힘vs힘'의 숨막히는 승부가 펼쳐졌다. 결과는 싱겁게 끝났다. 이범호를 150㎞ 강속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오승환은 김상현을 내야 플라이로 가볍게 처리했다. 이어 나지완마저 151㎞ 짜리 강속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단 12개의 공으로 최강 KIA 중심 타선을 힘으로 압도하는 모습은 삼성 불펜의 위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백미였다.
KIA는 선취점을 내고도 3~6회 4이닝 동안 3루에 진루시킨 추가득점 찬스를 모두 무산시켰다. 삼성 불펜 총동원을 의식한 초조함이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였다.
▶KIA 선발 야구의 진수를 보여준 윤석민의 카리스마
15일 경기는 KIA 선발의 힘이 고스란히 드러난 경기였다. 윤석민은 에이스의 진수를 마음껏 보여줬다. 5회까지 퍼펙트로 물오른 삼성 타선을 봉쇄한 윤석민은 128개를 던지며 1안타 완봉승의 완벽투를 선보였다. 탈삼진이 무려 11개가 될 정도로 삼성 타선은 윤석민 앞에서 무기력했다.
'윤석민을 빨리 끌어내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삼성 타자들의 어깨를 짓눌렀지만 투구수를 늘릴 방법도 없었다. 투스트라이크 이후의 삼진 부담에 삼성 타자들은 이른 카운트에 배트를 내밀었고 이는 윤석민의 롱런을 돕는 결과로 이어졌다. 삼성 최강 불펜은 경기를 장악한 윤석민의 위력투 앞에서 몸을 풀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향후 가능성 높은 포스트시즌 맞대결에서도 이같은 경기 양상은 고스란히 재연될 공산이 크다. 최강 선발이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선취점을 내고 지키려는 KIA와 접전 상황을 만들어 최강 불펜을 풀가동하며 후반 승부를 보려는 삼성의 정 반대 전략은 양팀 타선과 벤치의 심리 싸움과 맞물려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