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
12일 잠실 LG-SK전. 0-2로 뒤지던 SK는 8회 박진만의 2루타와 임 훈의 볼넷으로 무사 1, 2루의 역전 찬스를 맞았다. 그러나 정근우는 초구 희생번트를 실패한 뒤 2구째 번트 앤 슬래시까지 실패했다. 결국 LG 선발 리즈의 바깥쪽 꽉찬 152㎞ 직구에 삼진아웃을 당했다. 추격의 맥이 끊어진 SK는 박정권의 병살타로 황금같은 기회를 무산시켰다. 결국 LG는 2대0으로 승리했다.
▶After
13일 잠실구장. LG 박종훈 감독에게 물었다. 8회 위기상황에서 선발 리즈의 교체타이밍을 한 차례 늦춘 점에 대해서였다. 정근우는 리즈의 천적. 7타수4안타, 타율이 무려 5할7푼1리다. 스윙스피드가 뛰어나 리즈의 직구에 잘 적응하기 때문. 게다가 리즈는 투구수 100개를 넘기며 한계상황이었다. 그러나 LG 코칭스태프는 마운드에 한 차례 올랐다가 결국 리즈를 교체하지 않았다. 박 감독은 "그 상황에서 SK가 100% 희생번트를 할 것이라 생각했다. 중간계투의 투구수를 아끼자는 측면이 강했다. 결과적으로 정근우가 번트, 그리고 강공을 모두 실패하며 우리에게 이득이 됐다"고 했다.
SK 측에도 의문점이 생긴다. 정근우는 초구에 희생번트를 시도했다. 그런데 2구째 번트를 대는 척하다 강공을 했다. 두 차례 모두 실패했다. 정근우는 "벤치의 사인은 번트였다. 그런데 초구 번트를 실패한 뒤 LG 수비가 극단적으로 전진했다. 그래서 내 판단으로 갑자기 강공으로 바꾼 것"이라고 했다.
이 부분에 대해 SK 김성근 감독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최근 SK는 상황에 맞는 '생각하는 야구'를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근우의 이런 자율적인 판단에 대해서는 별다른 비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초구 번트 실패에 대해서는 많이 아쉬워했다. 김 감독은 "실수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승부처에서 정근우가 번트를 정확하게 대줬더라면 우리가 역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