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이청용이 리버풀에서 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경쟁자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내에서 이청용의 입지가 어느정도인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리버풀의 레전드 필 톰슨(54)이 볼턴에서 맹활약 중인 이청용에게 후한 점수를 매겼다. 톰슨은 12일(한국시각) 스탠드다차타드(SC제일은행) 광저우 본사에서 한국 선수들과 만나 "이청용은 승부를 바꿀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선수"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청용의 진정한 진가는 후반 중후반 이후 드러난다. 그에게는 창의적으로 움직이는 뛰어난 기술이 있다"고 칭찬을 아까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런 말까지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구단 관계자와 TV를 보면서 이청용이 리버풀에서 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적도 있다"고 웃었다.
EPL 내에서 이청용의 가치는 점점 상승하고 있다. 2009년 입단 첫 해부터 볼턴의 주전으로 도약해 지난 시즌에는 팀 공격을 실질적으로 이끌 정도로 성장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리버풀이 아시아 선수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이청용의 이름이 거론됐던 것은 당연지사다.
톰슨은 박지성이 큰 경기에 강한 이유를 팀 정신에서 찾았다. 스카이스포츠에서 EPL해설자로도 활약하고 있는 톰슨은 "왜 박지성이 큰 경기에 강한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가 많다. 결론은 박지성은 팀을 위해 뛰는 선수이기 때문"이라면서 "빅 클럽과의 맞대결이나 유럽대항전에서는 개인 기량보다 팀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박지성은 이런 이유 때문에 맨유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도 많은 아시아 선수들이 제2의 박지성 이청용을 꿈꾸면서 유럽무대를 노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톰슨은 "박지성은 출중한 기량으로 맨유의 주전으로 도약했지만, EPL이라는 무대 때문에 가치가 더 높아진 경향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지적하면서 "아시아 선수들이 유럽에 진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강인함이다. 신체조건에서는 뒤지지만, 정신적인 힘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저우(중국)=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