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시성은 우리에게 그다지 잘 알려진 곳은 아니다. 동쪽으로 허베이성, 서쪽으로 샨시성, 그리고 북쪽으로는 네이멍구가 맞닿은 곳으로, 중국 5000년 역사 유적지가 산재해, 중국에서도 가장 중국다운 면모를 간직한 땅이다. 특히 황하문명의 발상지로, 180여 가지의 온갖 면요리로 유명한 '누들로드'의 시발점이 바로 산시성이다.
성도 타이위엔(太原)은 우리의 대전광역시와 그 크기가 흡사하며, 비가 적게 내리지만 잡곡생산이 많은 곡창지대이기도 하다. 주-당 시대 가장 번성했던 곳으로 지금도 당시의 지하 유물이 출토되는 역사문화의 도시이다. 특히 근자에 들어서는 미엔산(綿山), 왕자따위웬(王家大院), 핑야오구청(平遙古城)과 그 주변의 개발로 세계적 관광 명소로 거듭나고 있어 전 세계 관광객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타이위엔(중국 산시성)=글·사진 박원정 기자 away@sportschosun.com>
▶하늘에 매달린 고요한 산, 미엔산(綿山)
타이위엔서 자동차로 2시간30분 거리에 위치한 중국 최고-최대의 불교, 도교사원들이 있는 명산이다. '중국의 그랜드캐년'이라 불릴 정도로 오묘하고 절묘한 비경을 자랑한다. 해발 2000m 고지에 25km에 달하는 각양각색의 협곡은 감탄이 절로 나게 한다.
미엔산의 지금 모습은 근자에 갖춰졌다. 중국의 한 부자 탄광업자가 사비로 1945년부터 길을 내고 산을 깎고 각종 자료와 보물을 구입하면서 부터다. 우리 돈으로 약 4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었고, 현재 직원만도 6000명이 상주하고 있다고 하니 그 규모가 상상 이상이다. 중국의 절개(節槪)라 불리고 진국(晋國)의 충신 개자추(介子推)의 일화와 한식(寒食)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미엔산은 강수량이 적음에도 산림율이 98%를 자랑한다. 국가 4위급 명승지로 연간 130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찾는다.
이곳의 압권은 깎아지른 절벽에 세워진 불교 사찰들과 도교 사원, 그리고 호텔 등 각종 건축물이다. 특히 윈펑수위안(雲峰墅苑) 호텔은 해발 2000m 절벽 위에 세워졌는데 멀리서 보면 마치 공중에 호텔이 떠있는 것만 같다. 자연과 인공이 절묘하게 조화된 그야말로 '하늘도시'라 일컬을만 하다. 신선이 놀다갔을 협곡 사이로 아침이면 환상적인 안개가 내려 무릉도원이 된다. 아슬아슬한 구조물 사이로 아침 산책을 즐길 수 있으며, 밤이면 야경 또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미엔산엔 이밖에도 엄청난 규모의 윈펑스, 정궈스 등 사찰과 석채궁 등 도교사원, 그리고 천교(하늘다리) 등이 각각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신라 고승 최치원이 방문해 남긴 글도 있어 우리를 반긴다.
이곳엔 협곡관광을 즐길 수 있는 케이블카가 있고 서현곡풍경구, 개공사당, 그리고 8km에 이르는 수도구풍경구에서 시원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저녁엔 400여 가지가 넘는 특별식과 함께 명주인 분주(汾酒)를 곁들여 멋진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개자추의 정신을 문화로 승화시킨 고품격 민속공연도 감상할 수 있다.
▶왕씨가문의 자존심 '왕자따위엔(王家大院)'
미엔산서 핑야오구청쪽으로 1시간30분 정도 달리다 보면 왕가대원이란 상상 밖의 고건축물들을 만나게 된다. 중국 2대 대원의 하나로 청나라 때 명문 4대 가문의 하나인 정승왕씨 형제가 지었다고 한다. 총면적이 75만㎡에 이르고 방이 1000개(칸으로는 1118칸이라 함)라고 하니 그 규모에 아연실색할 정도다. 현재 12만㎡ 정도만 개방했는데도 모두 구경하려면 4~5시간은 족히 걸릴 듯하다.
대원문화와 북방 민간가옥의 환상적인 조화와 함께 질좋은 황토를 이용한 벽돌로 지어져 튼튼하기가 그지없다. 최고 많은 사람이 거주했을 때는 남자만 3000여 명이었다 하니 한 집안이 웬만한 소도시였을 것이다. 길을 잃을듯 오밀조밀한 구조와 각종 조각물, 벽화 등이 탄성을 자아내고 박물관도 자리하고 있다.
▶유네스코도 놀란 '핑야오구청(平遙古城)'
핑야오구청은 중국 5대 고성 안에 든다. 2700여년의 역사를 고이 간직한 중국 중원문화의 보고로 1997년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완벽에 가깝게 보존되어, 지정 당시 유네스코도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성벽 둘레만 자그만치 6163m로 그 면적은 우리나라 여의도의 5배에 달한다.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성벽과 건축물의 대부분은 14세기 명나라 때 지어졌던 것들이다. 명-청 시대의 건축, 문화, 경제, 사회 발전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했다. 더욱이 은행, 전당포 등 금융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자비로 성벽을 축조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성은 중국의 여느 성에 비해 상업화가 덜 되어 오히려 매력적이다. 큰 골목이나 거리를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돌면 명-청시대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조상의 뒤를 이어 이 안에서 대대손손 살아가는 거주인구가 50만명이나 된다. 높이 약 19m에 있는 시루에서 고성의 전경을 바라볼 수 있으며 이 곳 특산품인 평야 소고기를 맛볼 수 있다. 하룻밤은 사합원 고택서 묵어주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 큰 뜰이라는 의미를 가진 따위엔(大院)이라는 고택에서의 고즈넉한 휴식은 또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이 곳서 타이위엔으로 들어가는 길엔 최소 1500년의 역사를 가진 매머드급 식초공장을 구경할 수 있다. 산시성은 중국 2대 식초 생산지이며 이 곳 식초를 마시면 결석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여행메모
▶가는 길=지난 5월말부터 아시아나항공에서 매주 두 차례(월-금요일) 인천과 산시성 타이위엔을 오가는 전세기편을 운항하고 있다. 편도 비행시간은 약 2시간30분 정도.
▶여행=국내 여행 주관사는 (주)레드팡닷컴(tour@redpang.com), 3박4일 상품이 59만9000원, 4박5일은 64만9000원이다. 각 7월 기준. (02)6925-2569(02)6925-25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