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정말 거기서는 야구 하기싫다."
한 두 사람, 혹은 일부의 의견이 아니다. 그곳을 찾는 거의 모든 프로야구 선수 및 코칭스태프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KIA가 지난 2009년부터 제2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군산 월명구장이 선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지난 5일 KIA 유격수 김선빈이 군산 넥센전에서 알드리지의 타구에 맞아 큰 부상을 당하면서 선수들의 위기의식은 더 커지고 있다.
물론, 김선빈의 부상이 군산구장의 열악한 사정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미약하다. 이 사건은 워낙 정타로 맞아 무회전성으로 변칙궤적을 그린 타구에, 김선빈의 시야를 언뜻 가린 석양, 그리고 약간의 부주의가 공교롭게 빚어져 발생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선수들은 "군산구장의 사정도 연관이 있다"는 반응이다. 타 구장에 비해 너무나 딱딱한 인조잔디 그라운드와 펜스, 그리고 부실한 선수 휴식 시설 등으로 인해 경기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진 것이 원인 중 하나라는 것. 군산에서 올해 경기를 치른 한 팀의 내야수는 "일단 숙소문제부터 피곤하다. 군산 내 유일한 대형숙박업소는 홈팀이 써야하기 때문에 우리는 가까운 타 지방에서 묶고, 긴 이동을 한다"면서 "경기장에 나와서도 또 문제다. 그라운드나 펜스는 돌덩이 같아서 '다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만 든다. 원정 라커룸에는 흐르는 땀을 식힐만한 공간이 없다. 그러다보면 경기 집중도가 떨어지게 된다"고 토로했다.
홈팀 KIA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광주에서 군산까지 약 1시간30분 거리이기 때문에 출퇴근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원정경기와 마찬가지로 숙소를 쓰는데, 매우 낡은 호텔이라 피로도가 쉽게 풀리지 않는다. 구장 내 휴식공간도 원정팀처럼 부족하다. 때문에 KIA 조범현 감독은 "원정이 차라리 편하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다칠까봐 제일 걱정"이라고 한 바 있다. 이 우려가 결과적으로 현실이 된 것이다. 앞으로도 또 다른 사고가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군산구장은 지난 2009년 6경기를 시작으로 지난해와 올해 각각 9경기씩 KIA 홈경기를 치르고 있다. KIA 관계자는 "군산시에서 먼저 전북도민 및 군산시민의 야구열기 부흥을 위해 군산에서도 경기를 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처음에는 시설이 너무 열악해서 못하겠다고 하니 군산시가 약 20억원을 들여 인조잔디를 까는 등 개·보수를 해서 2009년부터 경기를 치러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상태로라면 곤란하다는 것이 KIA측의 입장이다. KIA측은 "군산시민과 전북도민을 위해서는 당연히 와서 해야겠지만, 그러려면 구장 시설 개선에 대한 추가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타 구단의 반발도 크고, 선수들의 부상도 우려되는 상황에서 무작정 경기를 할 수 만은 없다"고 말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