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자동차 버라이어티 쇼가 성공할 수 있을까'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이라는 지위에 걸맞지 않게 우리나라 레이싱 산업은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게다가 제대로된 자동차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조차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 가운데 케이블채널 XTM은, BBC에서 34년간 방송하며 인기를 얻은 '탑기어'의 판권을 구매해 국내에서 '탑기어 코리아'(탑기코)를 만들었다. 이미 한국의 2030 남성들은 '탑기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열광하고 있다. MC는 배우 김갑수, 연정훈, 가수 김진표가 맡았다. 그리고 '탑기어'를 통해 인기를 얻은 무언(無言)의 레이서 스티그(STIG)도 한국을 찾았다.
▶제작비는 英 1/10, 한국만의 스타일로 만들 것
'탑기코'는 '탑기어 레이스''탑기어 챌린지''스타 랩타임' 등의 코너로 구성됐다. '탑기어 레이스'는 페라리, 포르쉐 등 슈퍼가는 물론 롤스로이스 팬텀, 벤츠 마이바흐 등 럭셔리 세단까지 국내에서 쉽게 보기 힘든 드림카들이 총출동한다. '탑기어 챌린지'는 자동차로 하는 '무한도전' 격이다. 첫 회에는 비행기와 KTX, 아우디 R8 중 어떤 것이 서울에서 가장 먼저 부산에 도착하는지를 시험한다. '스타 랩타임'은 자동차를 사랑하는 스타들과 함께 레이싱을 펼치고 토크도 나누는 코너다.
제작을 맡은 CJ E&M 최승준CP는 1일 경기도 안산스피드웨이에서 진행된 '탑기코'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제작진이 영국 BBC에서 직접 '탑기어'를 봤을 때는 이제 자동차 마니아만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하며 "'탑기코'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최CP는 "자동차산업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자동차 메이커와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탑기어'에서도 자국 브랜드인 '애스턴 마틴'이나 '미니'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애정을 드러낸다. 우린 한국사람이니 한국차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며 "'탑기코'의 목적은 차에 독설을 하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MC들의 느낌은 철저하게 주관에 맡길 것"이라고 전했다.
톱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많이 제작해 이름을 알린 홍종호 감독도 이번 '탑기코'의 연출을 맡았다. 홍감독은 "차에 관심이 많아 XTM과 일을 하기로 했다. 영국에 비해 제작 여건이 10분의 1정도로 현실은 열악하다. 하지만 내가 안하면 누가 못할 것 같아서 하기로 했다"며 "자동차가 나왔다가 몇마디 하고 들어가는게 아니라 이야기 해야될 부분들을 정확히 짚겠다"고 당차제 말했다.
▶막강 MC군단 "이건희회장, 류시원, 한가인 섭외하고파"
MC를 맡은 김갑수는 "지금까지는 바이크를 좋아했고 자동차는 관심만 가지고 있었다. '탑기코'를 하면서 여러가지 차종을 접해보고 운전실력도 많이 늘었다"며 "자동차는 첨단 메카니즘의 집약체라는 것을 '탑기코'를 하면서 느꼈다. 마치 과학이 여기서 시작되는 것 같다"며 "'탑기코'는 직접 제작하는 사람이나 출연하는 우리들도 즐겨야하는 프로그램 같다. BBC에서 '탑기어' PD가 직접 와서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하더라. 우리가 즐겁게 하면 시청자도 같이 공감할 것"이라고 전했다.
연정훈은 "'탑기어'는 수년전부터 즐겨보던 프로그램이어서 한국에 '탑기코'가 생긴다고 해서 기뻤다. 전문가라기 보다는 내 생각을 말씀드리고 싶다"며 "서울에서 부산까지 아우디R8을 운전해서 다녀왔다. 허리도 아프고 쉬운 일은 아니더라. 중간에 경찰에 잡혀서 해명도 해야했다. 그래도 큰 사고없이 잘 찍었다"고 웃었다. 또 그는 "아내 한가인도 이제 전문가 수준으로 자동차를 많이 알아서 안전에 대해서 조언을 많이 해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진표는 "'탑기코'라고 해서 모든 스케줄을 뒤로하고 MC를 하겠다고 했다"며 "자동차이니 만큼 여러가지 문제가 엮여 있겠지만 내가 느끼는 그대로 솔직하게 얘기하겠다"며 "MC뿐만 아니라 PD, 작가 등 모두 이렇게 열심히 찍는 프로그램은 처음이다. 정말 좋은 화면이 나올 것 같고 방송 시작부터 큰 관심을 받을 것 같다"고 밝혔다.
덧붙여 김갑수는 이건희 회장을, 연정훈은 아내 한가인을, 김진표는 절친한 류시원을 섭외하고 싶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들의 포부처럼 '탑기코'가 인기는 물론, 장수하는 자동차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안산(경기)=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