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사직구장에는 경기 전까지 비가 내렸다.
굵어졌다 약해졌다를 반복하던 빗줄기는 경기 직전 약화되면서 결국 플레이볼이 선언됐다. 양 팀 모두 지난 주말 3경기 전면 우천 취소로 지난 23일 이후 무려 5일만에 치르는 경기. 변수가 많았다. 감각이 문제였다. 쉬고 나온 투수보다 타자들의 타격감은 완전 회복까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양 팀 배터리에게는 타순이 한바퀴 돌고 난 이후의 승부가 중요했다. 롯데 송승준과 KIA 로페즈라는 빠른 볼 투수를 상대한 양 팀 타선. 승부는 어느쪽 타선이 일찍 타격감을 찾느냐의 싸움이었다.
▶신인 홍건희까지 동원한 라이브 배팅
주말 잠실 두산전이 모두 우천 취소된 KIA는 일요일인 26일 곧바로 부산으로 이동했다. 27일에는 잠깐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는 틈을 타 경성대에서 4시간 동안 훈련을 했다. 포커스는 배팅이었다. 조범현 감독은 오랜 실전 공백으로 인한 타자들의 감각 유지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28일 롯데전에 앞서서는 이례적인 훈련을 실시했다. 엔트리에 있는 신인 강속구 투수 홍건희를 마운드에 올려 타자들에게 라이브 배팅 훈련을 시켰다. 빠른볼에 대한 타자들의 실전 감각을 잃지 않게 하려는 고육지책이었다.
▶두번째 턴에서 갈린 명암
경기 상황은 예상대로였다. 첫 타석에서 양 팀 타자들의 배트는 무겁게 돌았다. KIA의 타자 9명은 롯데 선발 송승준에게 3회까지 퍼펙트로 눌렸다. 롯데 타선 역시 한바퀴가 돌 때까지 로페즈에게 삼진 3개를 헌납하며 2안타로 썩 좋지 못했다.
진짜 승부는 두번째 턴부터였다. 투수나 타자 모두 집중력이 요구됐던 시점. 실전 감각을 위한 KIA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두번째 타석을 맞은 4회, KIA 타자들이 돌변했다. 선두 이용규의 팀 내 첫안타와 김선빈의 볼넷으로 무사 1,2루 찬스를 잡자 이범호 김상현의 연속 적시 2루타로 단숨에 4점을 올렸다.
특히 무사 1,2루에서 이범호와 송승준의 승부가 명암을 갈랐다. 첫 타석에서 포크볼에 삼진을 당한 이범호에게 송승준은 볼카운트 1-1에서 잇달아 3개의 변화구를 던졌다. 볼카운트 2-2에서 이범호는 몸쪽으로 살짝 높게 몰린 변화구를 당겨 펜스 상단을 맞혔다. 롯데 입장에서는 볼배합의 변화나 로케이션의 집중력이 아쉬웠던 순간이었다.
롯데 역시 타순이 한바퀴 돌고난 직후인 3회 1사 후 연속 3안타로 선취득점에 성공했지만 이어진 1사 1,2루에서 믿었던 이대호의 병살타가 두고 두고 아쉬웠다.
부산=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