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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수도권" 외친다면? KBL은 원칙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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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다면 누가 지방에 있으려 하겠나."

프로농구 한 구단 관계자의 푸념이다. 그러면서 말을 이어갔다. "많은 구단들이 수도권에 몰란다고 해보자. 그 부작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오리온스의 연고지 이전 신청이 27일 열린 프로농구연맹(KBL) 이사회에서 승인됐다. 결국 오리온스는 15년 대구 생활을 마무리 하고 고양에 새 터전을 마련하게 됐다. 하지만 문제가 많다. 이번 오리온스의 연고지 이전 과정을 살펴보면 KBL의 주먹구구식 행정이 도마 위에 오를 수 밖에 없다. KBL 이사회는 프로농구 시장 확대 및 콘텐츠 경쟁력 증대 차원이라는 명목으로 이번 안을 승인했다. 하지만 이런 추상적인 이유만으로 '구단의 본거지는 원칙적으로 변경할 수 없다. 다만 특별한 사유로 본거지 변경이 필요한 경우에는 공식경기 개시 3개월 전에 서면으로 총재에게 신청하여야 하며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변경할 수 있다'(KBL 규약 제 5조 2항)의 '특별한 사유'에 대해 대구팬들을 납득시키기 힘들다.

이 연장선상에서 가장 현실적인 문제점 하나를 지적하고자 한다. 오리온스는 아무 명분도, 특별한 사유도 없이 수도권 입성에 성공했다. 서울과 가깝고 아파트 단지가 많은 고양은 프로농구단의 연고지로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이는 기존 서울 및 수도권에 위치한 구단들, 그리고 지방에 연고지를 둔 구단들이 모두 눈에 불을 켤 일이다. 먼저 수도권에 위치한 구단들은 자신들의 연고권에 대한 침해를 받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지방구단들이다. 모두들 수도권 입성에 대해 욕심을 내볼만 하다. 현실적으로 지방 구단들은 각 지역에 특별한 연고 인프라가 없다. 각 구단 사무실들은 대부분 서울에 위치해있다. 선수단 숙소나 체육관은 서울 내지는 용인 등에 위치해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선수나 프런트나 수도권에서 생활을 하다 경기가 있을 때만 홈구장이 있는 도시에 내려가는 식이다. 이럴 바에는 고양시 처럼 수도권 중소도시에 홈구장을 두는 것이 낫다. 수도권 도시와 지방의 중소도시는 유치 가능한 관중규모가 엄연히 다르다. 전국구 인기팀인 KCC나 동부가 굳이 시설이 낙후되고 수용인원이 적은 전주나 원주에 있을 이유가 없다. 이동거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구단 운영비도 훨씬 절감된다.

지방 A 구단의 관계자는 "연고지 이전이라는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누가 수도권 입성을 마다하겠나"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창원에 연고를 둔 LG 정도를 제외하곤 다른 구단들은 수도권으로 옮기면 훨씬 효율적으로 구단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B 구단의 관계자는 "이사회 결정이 표결로 난 것이 아니다. 수도권 집중 현상에 대한 문제가 많이 제기됐다고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KBL은 "차후 이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를 할 것"이라고 했다. 하루빨리 이에 대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우리는 왜 옮기지 못하는 것이냐"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더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