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경기 가서 3일 내내 호텔에만 있는 것, 큰 고역이죠."
최근 비 때문에 오랜 기간 경기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들. 오랜만에 빡빡한 일정에서 벗어나 푹 쉰다면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이득이 아닐까. 하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투수든, 야수든 "하루, 이틀 쉬는 것은 정말 꿀맛이다. 하지만 그 이상은 결코 좋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무슨 이유일까. 지난 24일부터 경기에 뛰지 못하고 있는 롯데 선수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일단 5~6일의 정기적인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던 선발투수들은 그동안 지켜왔던 신체리듬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28일 부산 KIA전 선발로 예고된 송승준의 마지막 등판은 지난 17일. 무려 11일 만에 선발로 등판하게 된다. 송승준은 "오래 쉰 것이 체력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경기 감각이나 신체 리듬에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분명 양면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불펜투수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불펜의 맏형 임경완은 "비가 와도 매일 훈련을 거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연습 때 던지는 것과 실전에서 던지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면서 "미묘한 차이로 인해 실전에서 결과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투수들에게는 실전 경기 감각을 이어가는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타자들의 경우 오랜만에 경기장에 들어서면 투수들보다 더욱 애를 먹는다고. 베테랑 조성환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성환은 "격전을 치르다 하루나 이틀정도 쉬는 것은 선수들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 이상은 특별히 부상이 있지 않는 한 오히려 도움이 안된다"며 "투수들이 던지는 빠른 공이나 경기장 환경 등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해진다"고 설명했다. 홈경기에서 쉬는 것은 그나마 낫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가족과 함께 사간을 보내기도 하고, 가까운 곳에서 여가 생활을 즐기는 등 스트레스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정은 다르다. 조성환은 "호텔방에 3일 내내 있는 것이 그리 쉬운 일 만은 아니다. 컨디션이 좋았던 선수들은 그것을 잃기 십상이고, 안좋았던 선수들은 갇힌 공간 안에서 더 침체되기 마련"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번 주중에도 전국에 비 예보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8일 남부지방을 시작으로 비구름이 점점 북상해 29일에는 또 한 차례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 소식이다. 선수들은 "이럴 때 일수록 쉬면서 영양보충, 운동 등 몸관리를 얼마나 잘 하느냐, 그리고 떨어진 경기감각을 누가 먼저 끌어올리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