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성근 감독은 태연하다. 아니 일부러 그렇게 연출한다.
에이스 김광현을 2군으로 내려보내고도 "올스타 브레이크(7월22일~25일)까지 선발 로테이션은 잘 돌아갈 수 있다. 선발을 쓸 투수는 남아돈다"는 다소 '오버'된 농담을 던진다.
하지만 속마음은 탄다. 김광현에 대한 부분도 있지만, 삼성과 KIA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인천 문학경기장 감독실에서 한달 전에 걸린 감기가 아직도 떨어졌는지 코를 훌쩍 거린다. 김 감독은 "태풍때문에 경기가 취소되면서 최근 3일간 계속 술을 마셨다"며 "그래서 그런지 감기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김 감독이 시즌 중에 술을 마시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우연히 징크스때문에 술을 일부러 마시기도 하고, 지인들과 가끔 술을 마시기도 하지만, '의도적으로' 술을 즐기지는 않는다. 그만큼 애가 탄다는 의미다.
그는 "앞으로 경기는 잘 모르겠다. 삼성과 KIA가 실수를 해주는 수밖에 없다"고 농담섞인 말을 하기도 했다. 물론 경기에 대한 대비책은 세워놨겠지만, 앞으로 행보가 쉽지 않다는,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고 그냥 있을 수는 없다. "나흘간의 휴식으로 선수들이 풀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주말 3연전을 줄줄이 취소시켰던 '태풍 브레이크'가 페넌트레이스 중반의 커다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
최근 SK 선수들은 훈련이 끝난 뒤 전신 아이싱을 한다. 25일 샤워실에 욕조 2개를 들여놓고 실시하는 새로운 '훈련 아이템'이다. 김 감독은 "부상회복에 좋고, 정신력을 다잡을 수 있는 일석이조"라고 했다. 2군 투수들에게는 물에서 양 팔목비틀기와 주먹쥐기를 하루 1000개 반복하라는 지시를 했다. "물에서 팔목비틀기는 볼의 회전을 늘려주고, 주먹쥐기는 악력을 강화시켜 스피드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광현이 불안하고, 매그레인도 믿을 수 없는 상황. 기존의 전병두와 고효준도 불안하다. 때문에 2군의 '극잠수함' 박종훈을 비롯, 신승현 이영욱 등을 끌어올려 기나긴 페넌트레이스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그에게는 현재 세 가지 얼굴이 있다. 겉으론 태연하지만, 속은 안절부절이다. 그리고 전투준비를 위한 손놀림은 분주하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