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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한 KIA 포수 김상훈의 투수리드력, 팀을 구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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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을 지켜낸 리드였다."

지고 있는 팀을 승리로 이끈 결정적인 역전 홈런. 지난 23일 광주 SK전의 '히어로'는 연타석 스리런으로 SK 에이스 김광현을 무너트린 김상현이다. 그러나 이렇게 눈에 확 띄진 않아도 팀 승리의 큰 원동력이 된 장면이 있었다. KIA의 역전승 뒤에는 한층 진일보한 포수 김상훈의 공격적이고 듬직한 리드가 숨어있었다.

야구는 기세와 흐름의 경기다.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선수의 플레이 하나하나가 언제든 전체 경기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런면에서 23일 김상훈의 역할은 상당히 돋보였다. 포수 출신인 조범현 감독도 김상현의 결정적 홈런을 칭찬하기에 앞서 "김상훈의 리드가 좋았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대체 김상훈의 어떤 점이 KIA 역전승에 기여를 한 것일까.

기억을 23일로 되돌려보자. KIA 용병선발 트레비스는 1회부터 제구력 난조와 내야실책으로 흔들렸다. 1사후 정근우에게 안타를 맞은 뒤 최 정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이어 이호준을 1루수 앞 땅볼로 유도했다. 병살플레이가 가능한 타구였으나 1루수 김주형의 송구실책으로 결국 1점을 내주게 됐다. 3회에는 SK벤치의 연이은 보크 어필이 트레비스를 흔들었다. 결국 1사 2, 3루에서 정상호에게 몸 맞는 볼을 허용해 상황은 1사 만루로 악화됐다. 트레비스는 정상호가 일부러 팔을 공에 갔다댔다며 더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후 후속 박진만의 안타로 1점을 더 내주며 2-0이 됐고, 1사 만루 위기는 이어졌다.

김상훈의 진가가 발휘된 것은 이때부터다. 트레비스의 경기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대량실점의 위기가 닥쳤지만, 김상훈만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후속타자는 장타력이 돋보이는 좌타자 박정권. 김상훈은 제구력이 흔들리는 트레비스에게 오히려 과감한 몸쪽 승부를 요구했다. 초구는 몸쪽 커브(123㎞) 스트라이크. 이어 2개의 바깥쪽 공(직구 볼-슬라이더 헛스윙)으로 볼카운트 2-1을 만든 김상훈은 4구째를 몸쪽 직구로 요구했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유인구가 아닌 공격적인 정면승부를 택한 것이다. 결국 박정권은 147㎞ 몸쪽 직구를 맞혔으나 유격수 앞 병살타에 그쳤고, KIA는 위기를 넘겼다.

조범현 감독은 바로 이 장면에 대해 "트레비스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만약 추가 실점을 했다면, 그대로 경기 흐름이 완전히 넘어갈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 김상훈이 공격적인 몸쪽 리드로 트레비스와 팀을 살렸다"고 평가했다. 2007년 조범현 감독 부임이래 누구보다 많은 구슬땀을 흘린 김상훈의 진일보한 리드능력이 결국 팀을 살린 것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