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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신고선수 3인방, 설움 딛고 일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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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함이 그들을 여기까지 이끌었다.

21일 잠실 넥센전은 LG에게 여러 의미가 있는 날이었다. 올시즌 고전을 면치 못한 넥센을 상대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며 지난주 1승5패의 아픔을 잊을 수 있었다. 또한 우익수 이진영이 38일 만에 성공적인 1군 복귀전을 가졌다. 마지막으로 얻은 것은 신고선수 3인방의 존재감이다.

주인공은 백창수 윤진호 양영동이다. 박경수 대신 1군에 올라온 백창수는 올시즌 3경기에 나와 8타수 4안타를 기록중이다. 시즌 첫 선발출전한 19일 잠실 SK전에서는 멀티 히트를 기록했고, 21일 넥센전에서는 자신의 프로 통산 4번째 안타를 3루타로 장식했다. 3경기 연속 안타. 윤진호는 수비력을 인정받아 개막전 엔트리에도 든 선수다. 4월 중순에 열흘 간 2군에 있던 기간을 제외하고는 어느새 1군 붙박이 멤버. 타격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이날도 6회에 우전 안타로 무사 만루를 만드는 등 묵묵히 하위타선을 지키고 있다. 양영동은 LG의 톱타자 공백을 훌륭히 메워주고 있다. 햄스트링 부상에서 2주 만에 복귀해 19일과 21일 2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백창수는 2008년, 윤진호는 2009년, 양영동은 2010년에 신고선수로 LG에 입단했다. 모두 각자의 사연이 있었다.

가장 먼저 LG의 유니폼을 입은 백창수는 경기고 3학년 때 프로의 부름을 받지 못하자 유급까지 했다. 한번 야구를 시작한 이상 프로 무대는 꼭 한 번 밟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듬해에도 그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백창수는 "프로 지명을 못 받았을 때, 아버지가 '야구 그만 시키고 군대나 보내라'며 어머니에게 화내시는 걸 들었다. 그 말을 듣고 방 안에서 혼자 눈물을 흘렸다. 나도 울고, 어머니도 울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런 그에게 LG가 신고선수 입단을 제의했다. 하지만 그동안 뛰었던 외야수가 아닌 내야수를 보는 조건이었다. 그는 "당시 스카우트님이 팀에 내야수가 없으니 내야를 보라고 하셨다. 입단 첫 해에는 사실 선수도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낯설기만 한 2군 생활, 처음 보는 포지션. 하지만 정식선수 전환만을 바라보고 열심히 뛰었다. 다른 선수들처럼 1군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마음 뿐이었다. 2년차였던 2009년, 드디어 기회가 왔다. 동료들은 물론 현장직원들까지도 그에게 '정식선수로 전환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그 말이 다였다. 백창수는 당시 심정에 대해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전환이)안 되니 야구하기가 너무 싫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내 아들은 죽어도 야구를 시켜야 된다'고 말하셨던 어머니 생각이 났다. 이왕 시작한 것 1군 무대라도 한 번 밟아보고 끝내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악물고 뛴 결과 2010 시즌을 앞두고 당당히 정식선수로 전환됐다.

윤진호는 총 세 팀의 테스트를 본 끝에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특유의 성실함과 타고난 수비력을 인정받아 그해 6월1일 곧바로 정식선수로 전환됐다. 윤진호는 본인이 신고선수로 전환된 줄도 모르고 운동할 정도로 야구 밖에 몰랐다. 그는 "신고선수들은 언제나 퇴출의 불안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나는 운이 좋았던 경우"라고 말했다.

양영동 역시 비슷한 말을 했다. 삼성에서 한차례 방출의 아픔을 겪고, 경찰청을 거쳐 2010년 LG의 유니폼을 입은 양영동은 "선수들을 정리하는 시기가 다가오면 정말 초조하다. 지난해에도 함께 뛰던 친구가 방출됐다. 절친했던 친구이기에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또다시 방출되면 야구인생이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박함에 마음을 다잡게 됐다"고 고백했다. 다행히 양영동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마무리 훈련 때 박종훈 감독의 눈에 띄어 정식선수로 전환이 됐다. 양영동은 "어머니께서 혼자 너무 고생하셨다. 빨리 자리를 잡아서 호강시켜드려야 한다"며 "신고선수로 보낸 시간이 없었으면 지금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다. 야구에 대한 절실함을 가르쳐준 시간이었다"고 했다.

세 선수는 2군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했기에 절친한 사이다. 주전 자리를 두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사이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끈끈함이 있다. 21일 경기를 앞두고도 라커룸에서 함께 모였다. 구리에서 함께 고생한 서동욱도 있었다. 덕아웃으로 향하기 전 4명이서 힘차게 외쳤다.

"구리 멤버, 오늘도 잘 해보자!"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