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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키드' 누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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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키드' 혹은 '김기덕 사단'이라고 불리는 감독들이 있다. 김기덕 감독의 연출부, 조감독을 거친 감독들을 일컫는 말이다. 장철수, 전재홍, 노홍진, 이상우 등이다. 최근 김 감독과의 결별 후폭풍에 시달리기는 했지만, 장훈 감독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제는 충무로의 브랜드가 됐다.

'김기덕 키드'가 이뤄낸 성과는 만만치 않다.

장훈 감독은 2004년 '사마리아'로 인연을 맺어 '빈집', '활'의 연출부와 '시간'의 조감독을 거쳤다. 2008년 '영화는 영화다'로 데뷔한 후 546만명을 동원한 '의형제'로 제31회 청룡영화상 최우수 작품상, 제30회 영화평론가협회상 감독상 등을 수상했다. 1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전쟁 블록버스터 '고지전'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사마리아'의 조감독을 거친 장철수 감독의 데뷔작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지난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받았다. 제18회 제라르메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최우수상을 받았고, 국내에서는 2010디렉터스컷을 포함한 4개의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전재홍 감독은 장편데뷔작 '아름답다'로 제22회 후쿠오카 아시아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2008베를린영화제, 도빌 아시아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기도 했다. 노홍진 감독의 '굿바이 보이'도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서 '개같은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돼 호평받았다.

김 감독은 '영화는 영화다', '풍산개'의 제작과 시나리오를 맡아 제자들을 지원했다. 지난달 '굿바이 보이' 개봉 당시에는 축전을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제자들을 물심양면으로 보살펴 준다는 얘기다. 전재홍 감독은 "좋은 스승"이라는 말로 정리했다.

'김기덕 키드'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스스로 찾아와 연출부에 지원한 감독이 많다는 점이다. 장철수 감독은 일본 어학 연수 중 '섬'을 보고 곧바로 귀국해 무작정 김 감독을 찾아갔다. 오스트리아 유학 중이던 전재홍 감독도 단편영화를 들고 칸영화제에 참석한 김 감독을 예고없이 방문했다. 서울대 미대 출신의 장훈 감독이 수차례의 요청 끝에 연출부에 합류한 일화도 유명하다.

이들은 연출부에서 특별한 훈련을 받는다. 2004년 시작된 '돌파구'라는 시나리오 모임이다. 지금은 해체된 상태지만, 치열한 토론을 통해 내공을 쌓았다. 그래서 가족이라는 개념을 갖고 있고, 그만큼 끈끈한 정으로 뭉쳐 있다.

무작정 제자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전 감독은 "김 감독은 재능보다 성실성을 중시한다. 또 제자들에게 언제나 '나를 넘어서라'고 말한다. 제자들이 자기 색깔을 드러내는 것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저예산으로 영화 만드는 법을 배우면서 추진력을 키운 것도 '김기덕 키드'의 장점으로 꼽힌다. 영화의 주제나 이미지가 강렬하고,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하고, 우리 사회 아웃사이더의 삶에 주목하는 작품세계도 닮았다.

김기덕 키드들이 잘 나가다보니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자칭 제자'가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김 감독은 '나와 악수만 해도 내 제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꼬집은 적이 있다고 전해진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