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를 포함한 한국 마라톤 선수들이 기록 단축을 위해 약물을 복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큰 파장이 예상된다.
강원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16일 "국가대표 남자 마라톤 정 모 감독이 선수들에게 조혈제(혈액 속의 헤모글로빈 수치를 높여주는 약)를 불법 투약한 혐의를 포착,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는 국내 유명 선수들이 지난 4월부터 조혈제를 주사기로 투약한 후 경기에 출전해 기록을 단축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수사 대상에는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남자마라톤의 간판 지영준(30)과 여자 마라톤의 대들보 이선영(26)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지영준은 지난해 2시간 11분 11초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으며 이선영은 올해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국내 여자부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같은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오늘 8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있는 한국 육상으로서는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경찰은 정 감독이 지도하고 있는 강원 원주 모 고등학교 육상 선수들에 대해서도 습관적으로 조혈제를 투약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조혈제 투약은 충북 제천의 모 재활의학과의원에서 이뤄졌다. 이에 경찰은 이 재활의학과의원의 장부 등을 압수, 분석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대한육상경기연맹은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연맹은 "조혈제를 투입했다는것은 사실이 아니다. 현재 수사 대상에 오른 선수들은 모두 대회에서 입상한 선수들인데 매 대회가 끝난 후 도핑테스트를 한다. 도핑 테스트 결과 양성반응을 보인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17일 연맹차원에서 약물 투여가 사실이 아니라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조혈제 투약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정 감독도 조혈제 투약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국내 마라톤 등 육상계에 미치는 여파가 클 것으로 판단돼 조심스럽게 수사를 하고 있다"며 "분석작업이 끝나는 대로 수사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