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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00대 명산-78차 금정산] '천상의 화원 속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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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화원을 거닐다'

항구와 야구, 그리고 영화와 해운대는 부산을 대표하는 아이콘이다. 그동안 숱하게 부산을 찾았지만, 발걸음이 향한 곳도 대부분 남쪽 바닷가였던 이유다.

그런데 이제 부산을 찾아야 할 또 다른 목적이 생겼다. 마치 천상 위에 꾸며놓은 화원을 거니는 듯 그 매력을 발산한 금정산에 다녀온 이후 든 생각이다. '노스페이스와 함께 떠나는 한국 100대 명산'이 78번째로 찾은 곳은 부산 시민의 자랑인 금정산이었다.



예년보다 열흘 정도 빨리 찾아온 장마에 남쪽 지방은 6월초부터 비가 오락가락이다.

산행 들머리로 잡은 금정산 동문에 도착하자 후두둑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옷을 차려입고, 배낭 커버를 씌우는 등 우중 산행 준비에 분주하다.

금정산성은 조선 시대 때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았는데, 국내 산성 가운데선 최대 규모로 그 길이가 무려 17㎞에 달한다고 한다. 현재 남아 있는 성벽은 4㎞정도. '한국의 만리장성'이라 불러도 좋을 듯 하다. 이날 산행 역시 성벽을 따라 금정산 정상인 고당봉으로 향하는 코스.

출발지점인 동문 근처는 널찍한 소나무 숲이었다. 비는 어느새 그쳤지만, 땅으로부터 품어나오는 솔숲의 향내가 온 몸을 감싼다. 경사도 심하지 않아 마치 트레킹을 하듯 여유가 넘친다.

이번 금정산 산행에는 부산을 포함한 경남 지역의 사람들이 많이 동행했다. 전남 진도를 출발, 남해고속도로를 5시간정도 횡단해서 부산까지 온 직장 선후배 5명도 함께 했다. '한국 100대 명산 찾기'가 2005년 1월에 시작해 벌써 78개월째를 맞다보니 나름의 의미있는 역사가 쓰여지고 있다.

최인선-권명희씨 부부의 손에 이끌려 온 최범진군(5)이 그 주인공. 이들 부부는 지난 2006년 3월 13차 비슬산 산행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권명희씨는 임신 4개월째였는데, 애기를 낳고 걸을 때가 되면 반드시 데리고 오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 때 엄마 뱃속에 있으면서 비슬산을 함께 걸었던 아이가 바로 범진군이다. 약속을 잊지 않은 범진군 가족의 정겨운 동행에 백산찾사는 큰 박수를 보냈다.

3망루쯤에 이르자 고당봉이 아스라히 보이는 가운데, 마치 목장을 찾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푸른 풀밭이 눈 앞에 펼쳐졌다. 나비바위, 부채바위, 의상봉 등 우뚝우뚝 솟은 화강암 바위도 이색적인 풍경에 한 몫을 한다. 시원한 바람마저 불어오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왼쪽으로는 한국 전통적인 방식으로 막걸리를 빚고 있어 더 유명한 산성마을을 시작으로, 낙동강과 김해시의 광경이 한 눈에 들어오고 오른쪽과 뒤쪽으로는 부산 시가지가 펼쳐졌다. 운무 사이로 해운대의 마천루와 광안대교도 언뜻언뜻 보였다. 신선과 인간의 세계를 나누는 경계가 마치 금정산인 듯 하다. 도심 속 산행이 주는 묘미라 할 수 있다.

북문을 지나 고당봉으로 가는 길은 이날 산행의 거의 유일한 오르막이었다. 역시 화강암 덩어리로 이뤄진 고당봉에서 부산 시가지 전경을 마지막으로 감상한 후 범어사로 발길을 돌렸다. 산행이라기보다는 여유로운 트레킹, 그래서 금정산은 부산 사람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금정산 산행에는 부산 지역민이자 요들송 싱어로 유명한 이병화씨가 함께 했다. 요들송 카페 샬레스위스를 운영하기도 하는 이씨는 직접 기타와 알프스호른, 3종류의 아코디온, 카우벨, 벤조 등 많은 악기를 연주하고 요들송을 부르는 등 '금정산 산상 음악회'를 열었다. 공연에 이어 이씨는 백산찾사들에게 맛깔나는 요들송 창법 등을 소개,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금정산은?>

부산의 진산으로, 늘 물이 차 있고 가뭄에도 마르지 않으며 금색 물고기가 하늘에서 내려와 놀았다는 '금샘'(金井)에서 산 이름이 유래됐다고 전해진다. 백두대간의 끝자락에 해당하는 산으로, 주봉인 고당봉(801.5m)은 낙동강 지류와 동래구를 흐르는 수영강의 분수계를 이루는 화강암 봉우리이다. 나무와 물이 풍부하고 화강암의 풍화로 인한 기암절벽이 많다. 북쪽으로 산정으로부터 남쪽으로 ㄷ자형을 이루는 금정산성이 있다.



<산행 참가자>

민성현 박윤철 허인성 이창호 이준영 박주청 신동림 박수천 최정수 안경옥 최낙조 심현숙 성보현 안선형 강영미 이영화 박경희 김 동 한은미 박정남 이경환 박양희 이보미 최인선 권명희 최범진 위시환 이정희 안효은 차수연 박선영 김명자 김미영 유혜경 박주윤 김정숙 조현영 서해숙 송명희 이재서 심규상 허현숙 박광열





'한국 100대 명산 찾기'에 애독자를 모십니다. 2011년 7월 9~10일 경기 양평에 있는 용문산(1157m)을 찾을 예정입니다. 행사 홈페이지(cafe.daum.net/e100san)를 방문, '용문산 산행 신청' 코너를 통해 접수하면 됩니다. 신청은 이번달 30일 오후 6시까지 받습니다. 이 가운데 30명을 선정해 산행에 초대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신청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