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자-신분 세탁-민폐녀'의 운명을 타고난 '미스 언년이' 이다해.
2010년 최고 히트작 '추노'(KBS2)의 언년이와 현재 MBC에서 방송 중인 '미스 리플리'의 장미리. 이다해가 연기하는 두 캐릭터의 놀랍도록 정교한 평행 이론은 다음과 같다.
조선시대 노비 언년이는 주인집에 불을 지르고(굳이 따지자면 친오빠가 지른 불이긴 하지만) 탈출 성공. 일본 술집 호스티스 장미리도 주인집에 직접 사제 폭탄을 설치해 불을 지르고 가까스로 탈출.
오빠와 함께 도망친 언년이는 노비가 아닌 어엿한 양반집 규수로 신분 세탁.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장미리는 동경대 출신으로 학력 위조 후 호텔a에 불법 취업.
주변 사람들에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민폐를 끼치는 설정도 두 캐릭터의 닮은 점. 언년이는 갈길 바쁜 송장군(오지호)의 발목을 붙잡아 (본인은 절대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송장군의 훌륭한 스승과 의로운 선배 장군, 충성을 맹세한 수하 장수들이 황철웅(이종혁)의 서슬 퍼런 칼 아래 무수히 쓰러지게 함.
거짓말에 맛 들인 장미리 역시 주변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민폐를 끼치고 있다. 동경대 졸업장을 위조하기 위해 어린 시절 친구인 문희주(강혜정)의 동경대 졸업장을 훔치고, 결과적으로 문희주 본인은 면접을 본 회사에서 졸업장이 없어 탈락. 설상가상으로 경찰이 호텔a의 학력 위조 사건을 수사하게 되면서 임시직 문희주가 희생양이 돼 호텔에서 쫓겨남. 장미리가 동경대 졸업장을 위조하기 위해 호텔 자리를 비운 사이 담당하던 VVIP가 노발대발, 호텔a와 이 호텔의 총지배인 장명훈(김승우)이 중요 고객을 잃게 될 위기에 놓이게 함. 성실하게 일만 하던 총지배인 장명훈을 유혹해 어쩌면 파국으로 함께 치닫게 될지 모른다는 점도 그녀의 민폐라면 민폐일 것.
참으로 박복한 캐스팅 팔자다. 드라마 작가와 PD들은 그녀에게 평범한 여인의 삶을 허락하지 않을 기세. 그래도 남자 복은 있어서 언년이는 사대부 가문의 초훈남 대길 도령(장혁)과 호국 영웅 송장군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고 현생의 장미리는 호텔 재벌의 후계자 송유현(박유천)과 총지배인 장명훈의 사랑을 낚아챈다.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장미리를 소름끼치도록 연기하는 이다해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권영한 기자 champa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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