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인 파주NFC가 '만남의 장'으로 변했다.
사연은 이렇다. 15일 늦은 오후, 올림픽대표팀 훈련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마친 윤빛가람(21·경남)은 숙소 밖으로 나와 산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뒤에 나타나더니 윤빛가람의 뒷머리를 세게 쳤다. 놀란 윤빛가람은 순간 고개를 획 돌렸고 이내 웃었다. 자신의 머리를 친 사람은 다름 아닌 고등학교 시절 은사 안선진 부경고 감독이었다.
부경고 코치시절 윤빛가람을 지도한 안 감독은 파주NFC에서 1급 지도자 연수를 4주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이렇게 사제간 만남이 우연히 이뤄지게 됐다.
그런데 안 감독의 제자는 윤빛가람이 전부가 아니었다. J-리그에서 뛰고 있는 정동호(21·돗토리)가 안 감독의 부름을 받고 숙소 밖으로 나왔다. 안 감독은 발로 엉덩이를 툭 차며 애정을 표시했다.
평소 이케다 세이고 올림픽대표팀 코치와 친분이 있던 안 감독이 대화를 위해 제자에게 통역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일본 생활 3년차인 정동호가 이케다 코치와 안 감독의 통역으로 변신했다. 안 감독은 이케다 코치와의 대화 중 '정동호의 보완해야 할 점'을 물었고 이케다 코치는 근력, 유연성 등 코치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이케다 코치가 숙소로 들어갔고 세 사람은 한 시간이 넘게 벤치에 앉아 이야기 꽃을 피웠다. 기자는 안 감독에게 두 제자의 고등학교 생활을 물었다. 돌아온 안 감독의 대답은 극명했다.
"동호는 워낙 순둥이라~. 빛가람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워낙 이름이 있던 애라. 뭐~." 안 감독의 한 마디에 두 제자의 표정을 엇갈렸다. 옆에서 듣고 있던 정동호는 웃었다. 윤빛가람도 웃었다. 하지만 '아~ 코치님, 이렇게 말씀하시면 어떻해요'라는 듯한 표정도 공존했다.
부산 부경고 출신 답게 세 사람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사투리로 진행됐다. 평소 인터뷰때 사투리를 자제하던 윤빛가람, 정동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오랜 고향 사람을 만난 듯 편한 대화가 오갔다.
안 감독은 마지막으로 제자들에게 한 마디 툭 던졌다. "너희들 때문에 모텔 신세를 져야 한다."
올림픽대표팀 선수들이 소집돼 더이상 파주NFC를 숙소로 사용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두 제자는 미안했는지 이 사실이 웃겼는지 방긋 웃기만 했다. 파주의 밤은 이렇게 세 사람의 대화 속에 저물어 갔다. 파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