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Pain, No Gain.' 비록 패전처리지만 가족을 위해 공 하나 하나에 힘을 싣는다.
LG는 15일 대구 삼성전에서 3대9로 대패했다. 패배 속에서 빛난 선수가 한명 있었다. 3-9로 뒤진 6회 1사에 마운드에 올라 2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이대환이다. 이대환은 8회 삼성 배영섭에게 중전 안타를 맞기 전까지 6타자를 범타로 잡아냈다. 안타는 2개 허용했고, 삼진은 4개를 뺏어냈다. 스트라이크존 낮게 제구되는 체인지업과 투심패스트볼이 눈에 띄었다.
이대환은 1998년 현대에 2차 우선지명된 뒤, 동국대를 졸업한 2002년 프로에 데뷔한 선수다. 지난해까지 통산 6승3패1세이브를 기록하며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결국 넥센에서 지난 1월 자유계약선수로 풀렸고, LG와 연봉 35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사실 방출은 이대환 본인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이대환은 넥센 이장석 대표와 김시진 감독에게 "앞 길을 열어달라"고 부탁했다. 절박했다. 그만 바라보고 있는 가족이 눈에 밟혔다.
이대환은 지난해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냈다. 강진에 머물면서 돌도 지나지 않은 아들과 생이별해야만 했다. 힘겹게 아이를 키우는 부인의 눈물만이 자꾸 떠올랐다. 결국 시즌을 마치고 용기를 냈다. 가장으로서 새로운 기회를 잡아야만 했다.
다행히 LG가 손을 내밀었다.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기뻤다. 이대환은 "아침에 일어나서 아들 얼굴도 보고, 세 가족이 함께 밥 먹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며 미소지었다. 곧이어 "가족의 힘을 느끼고 있다. 심적으로 안정되니 덩달아 야구도 잘 된다"고 말했다.
비록 패전처리지만 1군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달 29일 넥센전에서 첫 선을 보인 이래 7경기에 등판해 10⅔이닝을 던졌다. 실점은 지난 2일 KIA 김상현에게 맞은 2점홈런이 유일하다. 이대환은 "(김)상현이한테 홈런을 맞은 뒤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미 바닥을 한번 쳤으니 편안하게 던지자고 생각한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대환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이기고 있든 지고 있든 상관 없다. 비록 한 타자를 상대하더라도 마운드에 설 수 있어 행복하다"며 "언제나 가족을 생각하며 당당하게 마운드에 선다"고 말했다. 가족을 위해 묵묵히 참고 달려온 그에게 야구인생 2막이 열렸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