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승리 패턴이 단순해지고 있다.
지난 주중 광주 두산전을 시작으로 15일 대전 한화전까지. KIA가 거둔 5승3패의 양상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모든 주도권이 오로지 선발투수에게 달려있다는 점. 선발이 6이닝 이상 버티면서 리드를 잡아주면 이겼고, 그렇지 못하면 졌다. 바꿔말하면 선발이 무너질 경우, 불펜은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6월 들어 KIA는 8개구단 가운데 최고 승률(10승3패, 0.769)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이 10승 가운데 5회까지 뒤진 경기에서 역전승을 거둔 것은 단 1차례 지난 5일 문학 SK전 뿐이었다. 이때 역시도 승리는 불펜진이 이끌어낸 것이 아니다. 선발 윤석민이 8회까지 버틴 가운데 타선이 역전을 만들어냈다. 불펜은 리드하고 있는 상황을 잘 지켜내는 역할은 충실히 해낸 반면, 지고 있을 때 역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은 잘 하지 못했다.
대개의 경우, 불펜은 필승조와 패전처리조로 나뒤어 운영된다. 리드를 확실히 지켜내야 할 때나 아니면 역전의 가능성이 있을 때 필승조가 투입되며, 승패의 주도권이 이미 상대방으로 넘어갔을 때 원활한 마무리를 위해 패전처리가 투입된다. 그런데 KIA는 6월들어 필승조 위주의 불펜운용이 주가 됐다. 8연승을 하는 동안 리드하고 있는 후반 2~3이닝에 손영민과 심동섭, 유동훈 등 필승조가 잠깐씩 나왔던 것.
하지만, 너무 이기는 패턴에 익숙해지다 보니 불펜의 투쟁심이 옅어졌다. 그 결과 지고 있거나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올라온 불펜진은 필승조와 패전조를 가릴 것 없이 난타당하고 있다. 지난 10일 군산 LG전이나 14일 대전 한화전에서 나타난 불펜의 난조가 그 사례다. 이에 대해 조범현 KIA 감독은 "아직 불펜의 위기를 언급할 시기는 아니다. 불과 몇 경기에서 못한 것일 뿐"이라면서도 "어쨌든, 선발에 비해 불펜진이 조금 약해지긴 했다. 운용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 감독은 지난 12일 롱릴리프 김희걸을 내린 뒤 이상화를 올렸고, 계속해서 15일 좌완 박성호를 1군에 불러올려 불펜진을 일부 물갈이했다. 새로운 불펜전력들이 더 강한 투쟁심을 보일 차례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