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 여왕'의 귀환이다.
라경민 대교눈높이 감독대행(35)이 결국 선수로 깜짝 변신했다.
라경민은 경북 안동에서 펼쳐지고 있는 제54회 전국여름철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14∼22일) 여자 일반부 단체전에서 복식주자로 이름을 올렸다.
라경민은 지난 4월 경기도 포천에서 벌어진 전국봄철선수권대회에서 선수 등록을 하며 출전을 고려한 바 있다. 하지만 대회가 시작되자 협회에 제출한 오더(실제 출전선수 명단)에는 자신의 이름을 넣지 않았다.
이번에는 진짜다. 오더에 자신의 이름을 포함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제자 박선영(26)과 함께 복식에서 뛰는 것이다. 단체전은 1단식-2단식-3복식-4복식-5단식의 순서로 치러 3승을 먼저 하는 팀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플레잉코치가 선수로 출전한 적은 있어도 감독대행이나 감독이 선수로 출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경민이 출전을 하게 된 데에는 웃지 못할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일손이 달려서 중국집 주인이 배달나가는 형국이다.
명색이 삼성전기와 자웅을 겨루는 국내 대표적인 여자 실업팀으로서 전국대회 출전 신청을 해놨는데 가동할 선수가 없는 게 아닌가.
총 6명의 선수 가운데 하정은은 국가대표의 부름을 받았고, 최혜인은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했다. 나머지 4명을 가지고 5게임의 조를 짜려고 하니 답이 안나올 수 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제외된 하정은 최혜인 모두 복식에 투입할 자원이었다. 결국 감독대행의 이름표를 잠시 떼고 라켓을 잡게 됐다.
라경민의 선수 복귀전은 15일 성사될 뻔했다. 영동군청과의 8강전에서 5복식 주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3대0으로 일찌감치 끝나는 바람에 일단 시간을 벌었다.
16일 창원시청과의 준결승에서는 빼도 박도 못하게 됐다. 3복식 주자로 오더를 제출했으니 무조건 경기를 치러야 했다.
현역 시절 남편 김동문과 함께 세계 최강의 혼합복식조를 이끌었던 라경민의 배드민턴 열정은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