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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훈vs전재홍...김기덕 제자들 '얄궂은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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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키드'가 연일 화제다. 엇갈린 행보여서 더욱 관심을 끈다. '풍산개'(23일 개봉)의 전재홍 감독과 '고지전'(7월 21일 개봉)의 장훈 감독이 주인공이다. 둘 다 김기덕 감독의 연출부, 조감독 출신이다. 그런데 현재 입장이 다르다. 전 감독은 애제자, 장 감독은 배신자가 된 형국이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소재의 영화로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풍산개'는 13일 시사회를 가졌고, '고지전'은 14일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제작발표회를 가졌다. 개봉 날짜는 한 달 시차가 있다. 맞대결은 아니다. 하지만 김기덕 감독과의 관계 때문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떠난 자vs남은 자

두 명 모두 김 감독에게서 영화를 배웠다. 스스로 찾아가 제자가 됐다. 김기덕 사단 안에서 거쳐온 성장 과정도 닮은꼴이다.

장 감독은 '빈집 '(2004), '활'(2005)의 연출부와 '시간'(2006)의 조감독을 거쳤다. 2008년 '영화는 영화다'로 장편 데뷔했다. 전 감독은 '시간'과 '숨'(2007)에서 연출부로 일했다. '비몽'(2008)에서는 조연출을 맡았고, 그해 '아름답다'로 감독 데뷔했다. 두 감독의 장편 데뷔작은 모두 스승이 제작, 시나리오로 지원했다. 그런데 장 감독은 '풍산개'를 준비하던 도중 김 감독의 곁을 떠났다. 송강호, 강동원 주연의 두번째 영화 '의형제'로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김 감독은 충격에 빠졌다. 폐인이 됐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발표된 '아리랑'에서 장 감독의 실명을 거론하며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장 감독을 "자본의 유혹을 받아 떠난 기회주의자"라고 힐난했다. 이 영화는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수상했다.

장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고지전'의 후반 작업을 하면서 '아리랑'의 예고편을 봤다. 많이 힘들었고 아직도 그렇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기덕 감독님은 여전히 나의 스승이다. 제자로서 굉장히 죄송하고 여전히 사랑한다"고 몸을 낮췄다. 논란이 더 확대되는 걸 원치 않는 속내도 드러냈다. "'아리랑'으로 감독님 마음이 편해지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장 감독이 준비하던 '풍산개'를 이어받았다. 얄궂은 인연이다. 시사회에 장 감독을 초대했지만, 그는 참석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전 감독은 나를 마지막으로 지켜주는 사람이다. 아마 전 감독이 없었다면 나는 일어서지 못했을 것이다"고 애정을 나타냈다. 그런데 '풍산개'의 포스터에 김기덕 사단 대표작으로 '영화는 영화다'가 들어있는 점이 흥미롭다.

▶블록버스터vs저예산 영화

상반된 현재 입장만큼이나 영화 내용이나 장르도 대조적이다.

'고지전'은 1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전쟁 블록버스터다. 올 여름 시장을 겨냥한 대형 프로젝트다. 포탄이 터지고, 화염이 치솟고, 비명이 난무하는 스펙터클한 전투 장면 비중이 높다. 고수, 신하균, 김옥빈 등이 출연한다.

'풍산개'의 제작비는 겨우 2억원이다. 윤계상, 김규리 증 배우와 스태프들이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영화 내용 역시 남북 대치상황이 배경이다. 휴전선을 넘어 서울과 평양을 3시간만에 오가는 미지의 사나이, 전향자와 그의 애인 등을 통해 분단의 아픔을 형상화한다. 전 감독은 시사회에서 "한국영화계에 돈만으로 만드는 영화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김 감독도 "'풍산개'는 자본과 시스템을 대체할 첫 영화"라고 소개했다. 다분히 '고지전'을 의식한 발언들이다.

▶드라마vs액션, 코미디, 멜로

'고지전'과 '풍산개'는 남북전쟁 혹은 분단상황을 바탕에 깔고 있다.

'고지전'은 한국전쟁 끝무렵이 배경이다. 1951년 6월 전선 교착 이후 25개월간의 상황을 그린다. 서로 싸우는 이유조차 잊은 채 전쟁이 끝나기만을 바라며 싸우다 죽어간 병사들 이야기다. 장 감독은 "전쟁영화를 해보고 싶었는데 일찍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감독이나 스태프가 전쟁을 경험하지 않아서 조심스럽게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풍산개'는 한국전쟁의 결과물인 휴전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장르의 차이가 분명하다. '고지전'은 드라마다. 60년 전 상황을 정공법으로 다룬다. '풍산개'는 코미디와 액션, 멜로를 넘나든다. 김기덕 감독이 제작하고 시나리오를 쓴 기존 영화와 많이 다르다. 현재 시점인 것도 다르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