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의 반란은 옛 말이 된 것 같다.
2011년 하나은행 FA컵 16강전에서 또 다시 아마팀이 전멸했다. 내셔널리그 수원시청, 부산교통공사, 울산 현대미포조선이 16강 벽을 뚫지 못했다. 수원시청은 수원, 부산교통공사는 FC서울, 울산 현대미포조선은 포항에 무릎을 꿇었다. 나란히 0대1로 패했다. 8강전은 3년 연속 K-리그의 잔치가 됐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축구공은 둥글다. FA컵은 아마의 이변이 최고의 묘미다. 지구촌 공통분모다. 프랑스 '칼레의 기적'은 FA컵의 대명사다. 4부 리그 칼레는 2000년 FA컵에서 스트라스부르, 보르도 등 1부 리그 팀들을 연파하고 결승에 오르는 기적을 연출했다. 비록 결승전에서 낭트에 1대2로 패했지만 그들의 모험은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한국 축구도 그랬다. 2005년에는 울산 현대미포조선이 부산, 대전, 포항, 전남 등 K-리그 팀들을 연파하며 준우승까지 차지했다. 2006년에도 고양 국민은행이 울산, 상무, 경남을 누르고 4강에 올랐다. 2007년과 2008년에는 각각 현대미포조선과 국민은행이 8강과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돌풍이 사라진 이유는 뭘까.
출발점은 위기 의식이다. 프로는 '잘해야 본전'이다. 반면 패하면 끝장이다. 치명타다. 비웃음을 살 뿐 아니라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아마팀과 맞닥뜨리면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당근책도 무시할 수 없다. FA컵은 우승 상금(우승 1억원, 준우승 5000만원)만 있는 컵대회와는 차원이 다르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망라해 명실공히 한국 축구의 왕중왕을 가리는 무대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이 걸렸다. 호흡이 긴 정규리그와 달리 5차례(프로팀 32강전부터 출전)의 단판승부에서 승리하면 아시아 무대를 누빌 수 있다. 전력이 약한 K-리그 하위권 팀에도 FA컵은 장밋빛이다. FA컵의 챔피언 상금도 2억원으로 한 시즌내내 공을 들여야 하는 정규리그(3억원)보다 실속이 더 있다.
K-리그 외양 확대도 요인이다. 전력 격차가 더 벌어졌다. 하부구조는 그대로인데 프로축구는 2009년 15개, 올해 16개 구단 시대를 열었다. 내셔널리그 주축 선수들이 대거 프로로 이동했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됐다. 최근 3년간 8강 진출팀 없는 상황이 이를 방증한다.
'이변의 희생양'라는 말이 희미해지고 있다. FA컵의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