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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불펜, 방패가 아니라 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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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불펜은 방패가 아니라 창이었다.

류중일 감독이 표방한 '공격 야구'의 진정한 의미가 속속 베일을 벗고 있다. "공격 앞으로!" 했을 때 타자들 뿐만 아니라 투수들도 전면에 나설 수 있다.

15일 대구 LG전은 올시즌 삼성의 전환점이 될만한 경기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삼성 선발 장원삼이 3이닝 동안 홈런 두방을 허용하며 3실점으로 부진했다. 삼성이 0-3으로 뒤진 상황서 4회에 다시 LG 선두타자가 출루했다.

류중일 감독은 이전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스타일을 꺼내들었다. 이 타이밍에 필승조 투수 정현욱을 마운드에 올린 것이다. 삼성이 0-3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4회에 필승조를 투입한 게 과연 얼마만일까.

현재 삼성의 불펜B조는 이우선 임진우로 구성돼있다. 나머지 불펜투수는 모두 승리조라 할 수 있다. 이우선은 전날 경기에서 20개를 던졌다. 따라서 예전의 삼성 스타일이었다면 임진우를 먼저 올렸을 것이다. 그런데 4회에 임진우를 투입해도 그가 6이닝을 던지긴 어렵다. 경기 후반에 어쩔 수 없이 필승조를 소모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승리조 불펜투수가 많은 삼성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점수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상대를 묶는 시나리오를 선택할 수 있다. 류 감독은 이걸 택했다. 정현욱의 4회 등판은 곧 "불펜진, 나를 따르라!" 하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정현욱이 2이닝 정도를 막아준다면 최근 활발해진 타선이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 때마침 삼성의 승리조 불펜투수들은 월요일 휴식일과, 윤성환이 8이닝을 책임진 화요일 경기에서 모두 편안하게 휴식을 취한 상태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삼성은 9대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정현욱에 이어 권오준과 권 혁이 등판했고, 후반에 리드폭이 커지자 임진우가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몇차례 강조된 얘기지만, 류중일 감독이 올초 취임식에서 밝힌 '공격 야구'는 단순히 타자들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한 베이스 더 가는 주루플레이와 수비시 유기적인 중계플레이 등도 '공격적 야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15일 경기처럼 과감한 승리조 투입 역시 '공격 야구'의 일환이라 여겨질 수 있을 것이다.

류 감독은 지난 9일 롯데전에서 7대13으로 대패할 때 안지만의 조기 투입 시점을 놓친 것과 관련해 "아쉽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번엔 빠른 결단을 내린 셈이다.

방패가 강하면, 방패로 때려도 아프다. 삼성 불펜은 무기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