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성 전남 드래곤즈 감독이 '절친' 김경문 전 두산 감독의 사퇴와 관련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고려대 78학번 동기인 정 감독과 김 감독은 축구와 야구라는 종목을 넘어서서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31년 지기이자 '지음'이다.
15일 2011년 하나은행 FA컵에서 제주유나이티드를 1대0으로 꺾고 8강 진출에 성공한 정 감독은 식사자리에서 무심코 김 감독을 언급했다.
"지난 9일 광주에서 열린 기아와의 3연전 때 통화를 했는데 김 감독이 '두산도 이제 새판을 짜야 한다'는 말을 하더라. 마음을 비운 듯한 느낌이었다"고 귀띔했다. 정 감독은 몇 년 전부터 꼭 한 번 야구장에 놀러가겠다던 김 감독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광양과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열리는 광주 기아전을 응원가려 했지만 팀 사정으로 가지 못했다. 13일 김 감독의 갑작스런 사퇴 발표 후 깜짝 놀란 정 감독은 "친구야…"라며 걱정 어린 문자를 보냈다. 김 감독은 흉허물없는 친구와의 통화에서 "1년 반 정도 캐나다에서 영어공부나 할까 한다"고 향후 계획을 홀가분하게 털어놨다. "서울에서 술 한잔 하자"는 김 감독의 제안에, 정 감독은 "이제 네가 광양으로 내려오라"고 했단다. 정 감독은 "결국 중간 지점에서 만나야 할 것 같다"며 하하 웃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직후 정 감독이 A대표팀 수석 코치에서 물러나 유럽 축구 연수를 준비할 무렵 김 감독은 "그래, 재충전을 할 시간이 됐다"며 절친의 선택을 지지했다. 프로 감독의 애환과 굴곡을 누구보다 잘 아는 베테랑들이다. 이번에는 정 감독이 김 감독에게 힘을 되돌려줄 차례였다. "김경문은 정말 열심히 치열하게 노력하는 감독이다. 더 좋은 기회가 빠른 시일 내에 올 것이라 본다"며 전폭적인 신뢰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광양=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