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물려받은 사령탑 지휘봉, 심신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첫 경기를 치렀다.
승리 후 평소처럼 동료 코치들과 악수를 나누고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것으로 데뷔전을 마무리했다. 선수단의 수장으로 위치가 바뀌었을 뿐, 전임 감독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감독실에 들어가서도 지인들의 축하 전화를 받는 것 말고는 특별할게 없었다.
"달라질 것은 없다. 어제 전임 감독님께서 용기를 많이 주셨다. 나는 분위기만 잡아주면 된다.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끼'를 발휘해줬으면 좋겠다."
김 대행의 목소리에는 비장한 각오가 묻어났다. 부담히 컸을 법한 사령탑 데뷔전에서 투타의 완벽한 조화로 승리를 거둬 '감'도 생긴 것 같다. 두산은 14일 잠실 넥센전에서 선발 페르난도와 김현수의 맹활약을 앞세워 5대3으로 승리했다.
김 대행이 부활의 '키'로 꼽은 선수들이 승리를 합작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김 대행은 "페르난도는 당분간 선발로테이션 속에서 움직인다. 오늘처럼만 해준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페르난도는 5⅔이닝 7안타 3실점으로 첫 승을 올리며 일단 퇴출 위기에서 한발짝 벗어났다.
1회 선제 스리런홈런을 포함해 3타수 3안타 4타점을 몰아친 김현수에 대해서도 "고영민 이원석 같은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무엇보다 김현수가 중심에서 자기 페이스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두산이 5월 이후 급추락한 큰 이유중 하나는 김현수와 페르난도의 부진이었다. 페르난도가 국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바람에 선발 로테이션이 불안정해졌고, 김현수가 병살타 등 찬스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공격의 맥이 자주 끊어졌다.
다행히 두산으로선 김 대행의 사령탑 데뷔전에서 두 선수가 약속이나 한 듯 부활의 조짐을 보여 난국 돌파가 더욱 빨라질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김 대행은 "경험상 봤을 때 부상선수가 없으면 성적이 좋았다. 틀림없는 진리다. 손시헌 이원석이 부상에서 돌아오면 해 볼만한 전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