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대장'의 팔뚝과 손아귀에 비밀이 숨어있다.
삼성 오승환이 거침없는 세이브 행진을 펼치고 있다. 13일 현재 18세이브로, 2위인 넥센 송신영(9세이브)의 두배다. 엄밀히 말해 '한국프로야구에 강력한 마무리는 오승환밖에 없다'는 얘기를 한다 해도 쉽게 고개를 가로저을 수 없는 상황이다.
12일 넥센전에서도 최고 시속 152㎞를 기록했다. 단순히 구속이 문제가 아니다. '돌직구'라 불리는 그의 포심패스트볼은 한가운데 들어와도 치기 힘든 공이다. 이같은 강력한 직구를 던질 수 있는 이유가 따로 있다.
▶레슬링 대표보다 센 악력
최근 삼성 관계자로부터 흥미로운 얘기를 전해들었다. 오승환의 악력이 레슬링 국가대표 선수보다 세다는 것이다.
지난해 오승환은 경기도 용인의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재활훈련을 했다. 이때 악력측정을 했는데 역대 STC를 거쳐간 각 종목 선수 가운데 신기록을 세웠다. 보통 악력은 레슬링 선수들이 가장 세다고 한다. 그런데 오승환이 레슬링 국가대표보다 센 수치를 기록했다.
오승환에게 확인했다. 오승환은 "수치가 83인가 나왔는데 역대 신기록이라고 STC에서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승환이 악력이 워낙 세다. 승환이에게 팔목을 잡히면 아무리 힘 좋은 선수도 꼼짝도 못한다"고 말했다.
▶독특한 포심패스트볼 그립
오승환은 직구 그립이 굉장히 독특하다. 사진에서 보여지듯, 보통 투수들처럼 공을 손바닥으로 완전히 감싸쥐는 그립이 아니다. 손바닥과 공 사이에 간격이 있다. 그리고 엄지를 꺾어서 받친다. 일반적으로 투수들의 직구 그립은 이렇지 않다. 엄지가 곧게 펴져 있고 손바닥이 공에 밀착돼있다.
오승환은 예전부터 이렇게 던졌기 때문에 몸에 익은 그립이다. '공을 쥐었다'기 보다는 '공을 찍어 잡았다'고 하는 게 더 어울린다. 어찌보면 너클볼을 던질 때의 손가락 쓰임새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삼성 관계자들이 설명했다.
삼성 투수 이우선은 "다른 투수들이 그런 그립을 잡고 던지면 공이 힘을 받지 못한다. 결국엔 검지와 중지로만 던지는 것인데 엄청난 힘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악력과 그립의 관계
삼성 김태한 투수코치도 "승환이는 검지와 중지로 찍어서 잡는다. 그리고 던지는 순간 약지도 펴지는 독특한 스타일이다. 릴리스때 공을 눌러서 찍듯이 던지는 모양새다. 그러니 직구가 엄청난 위력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보통 투수들은 이런 그립으로 공을 제대로 던질 수 없다는 점이다. 오승환처럼 공을 손바닥과 떨어뜨려 잡고 엄지까지 구부린 채 던지면 공을 채기 어렵다. 공이 위로 떠서 공중으로 날아간다는 것이다.
결국 오승환만 되는거다. 레슬링 국가대표를 뛰어넘는 악력을 갖췄기에 이같은 그립으로 '돌직구'를 던질 수 있는 것이다.
오승환은 단국대 재학시절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그후 엄청난 재활훈련을 했다. 본래 토미 존 서저리의 수술후 프로그램은 팔꿈치 이외 부분의 근력도 함께 키우는 게 목적이다. 오승환이 피나는 노력을 통해 상상도 못할 팔뚝힘과 악력을 키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물론 타고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지난 2006년 제1회 WBC때 미국대표팀에선 오승환의 포심패스트볼과 관련해 "시속 170㎞짜리 공 같다"는 평가가 나왔다. 물론 립서비스가 섞인 논평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148㎞짜리 직구를 놓고 그런 얘기가 나왔다는 건 분명 명품 포심패스트볼에 대한 찬사의 의미다.
12일 목동구장에서 오승환에게 질문했다. "대체 왜 그런 그립을 잡고 던지게 됐는가." 오승환은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는데…"라며 웃었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