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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지동원 없이 어떻게 버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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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원의 선덜랜드 이적이 가시화된 가운데 전남 드래곤즈 구단 관계자는 "밥 잘 먹고 있는데 어금니 빼가는 격"이라는 한마디로 딱한 상황을 요약했다.

올시즌 13경기에서 12골, 리그 최악의 빈공에 시달리는 전남에게 지동원의 존재는 어쩌면 '어금니' 이상이다. 지동원의 존재감은 성적이 말해준다. 지동원이 무릎 부상에서 회복해 마수걸이골에 이어 3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지난 5월, 전남은 올 시즌 첫 3연승을 내달렸다. '어금니' 대신 잇몸으로 버텨야 할 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정해성 전남 감독은 11일 인천전 직후 극한의 좌절감을 나타냈다. 후반 43분 회한의 동점골을 허용한 직후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경기 소감을 묻는 질문에 "아쉽습니다"라는 한마디로 갈음했다. 침묵이었다. 인천전에서 10경기째 무승을 기록중인 전남으로서는 꼭 필요한 1승이었다. 빛나던 지동원의 선제골이 한순간에 빛 바랬다. 선덜랜드 이적설이 무성한 가운데 터진 지동원의 골은 뜻깊었다. 정 감독은 지동원에게 "가게 되는 시점까지는 프로로서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정 감독은 한 기자가 후반에 밀린 이유를 묻자 "저는 밀렸다고 생각 안하는데요"라며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전후반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갔다. 전체적인 볼 컨트롤, 포지션 연계도 잘 됐다. 원정에서 선발, 교체선수 모두 역할을 충분히 해줬다"고 제자들의 플레이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지난 몇주간 정 감독은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렇지 않아도 A대표팀, 올림픽대표팀, 20세 이하 대표팀이 동시에 원하는 '지동원 줄다리기'의 틈바구니에서 클럽팀 감독으로서 남몰래 속앓이를 해왔다. 승부조작 사건으로 축구계가 흉흉하던 6월 초 '지동원 이적설'이 터졌다. 올시즌 6강을 호언하며 명가재건을 선언한 정 감독으로서는 입에 올리기조차 싫었던 최악의 시나리오다. 용병 쿼터는 이미 꽉 찼고, 시즌이 한창인 한여름에 새로 뽑아올 지동원급 선수도 없다. 결국 있는 살림살이를 쥐어짜야 한다. 패기 넘치는 유소년 출신 선수들을 향한 믿음으로 끝까지 가볼 수밖에 방법이 없다. 지동원이 부상으로 뛰지 못했던 시즌 초 정 감독은 "우리 팀 선수가 어디 지동원뿐인가"라는 말로 선수단을 향한 신뢰를 표했다. 공영선 이종호 김영욱 등이 깜짝골을 선보이며 강호 전북, 서울을 눌렀다. 전남의 12골 가운데 지동원이 25%인 3골을 기록했다. 용병 레이나와 인디오가 각 2골, 공영선 김영욱 신영준 이종호 이현승이 각 1골을 기록했다. 정 감독은 공격수 김명중, 용병 레이나 웨슬리를 중심으로 '지동원 동기'김영욱과 '광양루니' 이종호의 저력에 희망을 품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