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가르시아가 사직구장에 섰다. 10일 부산 롯데-한화전서 가르시아는 1군엔트리에 등록되자마자 5번-우익수로 선발출전했다.
롯데가 3년간 함께 했던 가르시아를 어떻게 상대할까. 가르시아는 친정 롯데에 어떤 타격을 보여줄까가 류현진의 선발등판보다 더 큰 이슈였다.
▶첫 술에 배부르랴.
지난 8일 18시간의 비행끝에 입국한 가르시아가 이틀만에 펑펑 치길 바란 것은 무리였을까. 초반은 치려는 의지가 강한 예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2회초 부산팬들의 박수속에 타석에 선 가르시아는 1루와 3루측 관중석에 헬멧을 벗고 다시 만난 부산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관중석에서 '가르시아송'이 울려퍼졌지만 이내 멈췄다. 가르시아의 타석이 2구만에 끝났기 때문이다. 초구 바깥쪽 직구에 헛스윙한 가르시아는 2구째 그보다 조금 높은 141㎞직구를 끌어당겼다. 1루수 이대호가 잡아 베이스를 찍어 아웃.
4회초 1사후 두번째 타석. 첫 타석보다 더 큰 박수가 나왔다. 그런데 이번엔 롯데 수비수들이 위치를 옮기기 시작. 야수들이 오른쪽으로 치우쳐 수비하는 이른바 '가르시아 시프트'를 썼다. 3루수가 유격수 자리에 위치하고 유격수가 2루 뒤쪽, 2루수가 1-2루 사이에 섰다.
높은 공에 방망이가 쉽게 나가는 버릇도 여전했다. 초구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참은 가르시아는 2구째 몸쪽 높게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143㎞ 직구에 방망이를 휘둘렀다. 유격수 플라이로 아웃.
▶큰 것 보다는 맞히기.
크게 치려 하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첫 날이고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보니 정확한 콘택트에 초점을 맞추는 듯했다. 6회초 세번째 타석에서 손 맛을 봤다.
더 큰 박수와 함께 등장한 가르시아는 이제 경기 감각을 되찾은 듯 했다. 볼카운트 2-1에서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는 131㎞ 슬라이더를 밀어쳐 깨끗한 좌전안타를 뽑아냈다.
어떤 볼카운트에서도 자신의 스윙을 고집하는 가르시아가 투스트라이크 이후에 바깥쪽 공을 밀어쳐서 안타를 쳤다는 것은 분명 한화로선 고무적인 일이다.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8회초 1사 1,2루서는 볼카운트 2-2에서 강영식의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롯데, 안도의 한숨.
가르시아를 버리고 데려온 코리를 공교롭게도 이날 2군으로 내려보낸 롯데로선 가르시아에게 맞는다는 것은 치명타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롯데 선발 장원준은 가르시아에게 큰 것을 내주지 않기 위해 코너워크에 철저히 애쓰는 모습이었다.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와 몸쪽 빠른 공으로 헛스윙이나 범타를 유도했다. 가르시아를 상대하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강영식 역시 8회초에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4개나 던지며 결국 헛스윙을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가르시아를 3년간 봐왔던 롯데 전력분석팀의 평가는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는 것이었다. 김풍철, 표성대 분석원은 "살이 좀 빠진 것 외에 스윙궤도나 방망이가 나오는 타이밍 등은 같다"면서도 "볼에 방망이를 참는 모습도 있는데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롯데 홍성흔은 가르시아가 잘할 것 같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예전처럼 하면 쉽지 않을 것이다. 올해는 투수들이 더 좋아졌다"고 했다.
한화에서 두번째 기회를 얻은 가르시아가 한국에서의 야구인생 2장을 화려하게 장식할까.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