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이 '금겹살'로 변해가고 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외식품목 38개 가운데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것은 삼겹살로 나타났다. 삼겹살은 1년 전보다 14.5% 상승했다. 이어 돼지갈비가 14.3% 올랐고 탕수육이 11.4% 급등했다. 돼지고기와 관련된 외식메뉴가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상태다.
서울 중구 중림동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김수환씨(61). 그는 지난주 가게 메뉴에서 국내산 삼겹살 1인분(180g) 가격을 1만1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1000원 인상했다. 김씨는 "삼겹살 구입가격이 최근 부쩍 올라 견디다 못해 가격을 인상했다"고 말했다. 이 음식점의 올해초 삼겹살 1인분 가격은 9000원. 하지만 경기도의 한 돼지고기 도매상으로부터 공급받는 삼겹살 가격이 연일 급등하면서 지속적으로 가격을 올려왔다. 현재의 1만2000원은 연초대비 33% 상승한 가격.
그는 "삼겹살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도 가게가 오피스가에 있다보니 삼겹살로 회식을 하는 직장인들이 많아 삼겹살 매출은 줄지않았다"고 말했다. 김씨 음식점 인근의 정육점에선 국내산 삼겹살 1㎏을 연초보다 80% 오른 2만4000에 판매하고 있었다.
삼겹살이 금겹살이 된 것은 무엇보다 지난해 말부터 올 3월까지 진행된 구제역 여파로 많은 물량의 돼지가 살처분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근 계절적으로 삼겹살 성수기에 접어든 것도 가격급등의 한 요인이 되었다는 분석.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국내 돼지 사육두수는 약 980만마리였다. 그런데 올 3월말에는 돼지 사육두수가 약 700만 마리로 급감했다. 구제역을 거치면서 약 280만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된 결과다.
대한양돈협회 관계자는 "살처분된 돼지 중 새끼를 생산할 수 있는 암퇘지가 10% 가량 포함되면서 돼지 사육두수 증대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암퇘지의 임신기간은 114일 전후. 또 돼지는 출생 후 6개월 정도 자라야 도축이 가능하기 때문에 삼겹살 가격은 앞으로도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에선 삼겹살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프랑스와 칠레 등지에서 들어오는 수입 삽겹살 물량을 대폭 늘렸다. 현재 수입 삼겹살 가격은 국내산의 절반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국내산 삼겹살을 선호하고 있어 가격안정에 별 효과를 내지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원섭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양돈산업 보고서'를 통해 "돼지고기는 일반 공산품과 달라 생산을 탄력적으로 확대시킬 수 없다"면서 "해외도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 돼지 사육두수의 회복까지는 3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소비자들의 국내산 삽겹살 선호현상이 수그러들지 않는 한 삼겹살 가격의 고공행진은 적어도 내년말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