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간판 최윤희(25·SH공사)가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우며 날았다. 최윤희는 10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제65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이틀째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에서 4m40을 넘어 종전 한국기록이던 4m35를 5cm 경신했다. 예선부터 한국신기록이 터져 나왔다. 4m36으로 도전한 첫 점프에서 가볍게 바를 넘으며 임은지(22·부산 연제구청)가 2009년 4월에 작성한 한국 기록을 1cm 끌어 올렸다. 최윤희는 곧 4m40 기록 도전에 나섰고 2차 시기만에 가뿐히 뛰어 넘었다. 하루에 두 차례 한국신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또 세계선수권 출전 기준인 B기준 기록(4m40)에도 턱걸이 했다. B기준 기록은 해당 국가에 한 명, A기준 기록(4m50)은 3명까지 세계선수권에 출전이 가능하다.
26개월 만에 여자 장대높이뛰기 한국 기록을 갈아치운 최윤희는 감격에 터져나오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그는 "지금의 지도자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신기록도 없었을 것"이라며 코치들에게 공을 돌렸다.
2010년 최윤희가 부진의 늪에 빠져 있을 때 손을 잡아준 건 정범철 코치와 우크라이나 출신 아르카디 코치였다.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코치의 말에 최윤희는 눈 딱 감고 연습했다. 눈 앞에 있는 대회보다는 2011년 세계선수권을 바라봤다. 정 코치는 "지난해 기초 훈련인 체력과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기초 훈련이 된 뒤에야 러닝과 장대를 꽃는 포지션 변화를 연습했다"고 밝혔다.
정 코치는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또 다른 변화를 시도한다. 그는 "세계선수권에서는 한 단계 강도(5파운드)가 높은 장대로 바꾸려고 한다. 적응기간을 거쳐야 하는 위험은 있을 지 몰라도 기록 향상을 기대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목표는 높을수록 좋다. 최윤희의 현기록인 4m40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A기준 기록에는 한 참 못미친다. 또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메달권 진입 성적이 4m65, 12명이 겨루는 결선 커트라인이 4m50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미녀새' 엘레나 이신바예바(29·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는 세계기록(5m5)은 차치하더라도 2007년 가오슈잉(32·중국)이 세운 아시아기록(4m64)에는 근접해야 메달권 진입이 가능하다. 최윤희는 이제 시작점에 섰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