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6월 들면서 그때 생각이 나더라구요."
10일 오후 4시30분 목동구장. 이날 선발 등판하는 삼성 차우찬은 1루쪽 라커룸에서 창밖의 그라운드를 내다보고 있었다. 손에는 반쯤 먹은 바나나를 든 채.
딱 보니 1년 전을 생각하는 것 같았다. 차우찬에게 물었다. "확실히 목동구장은 차우찬이란 선수에게 의미가 있는 곳일텐데."
차우찬은 "물론 그렇습니다"라고 답하며 "1년전 여기서 좋은 기억이 있었으니까. 그때만 해도 참 팀 상황이고 뭐고 느끼지도 못하고 내 걱정만 하면서 던졌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차우찬은 가능성만 인정받던 유망주에 불과했다. 구단에선 왼손 선발투수로 키우려 했지만, 좀처럼 자신의 잠재력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차우찬이 지난해 6월27일 목동 넥센전에서 6⅓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그날부터 차우찬은 갑자기 각성한 예술가처럼, 정말 좋은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결국엔 승률왕에 올랐고, 올시즌에도 팀내 에이스로 활약중이다.
야구선수라면 모두가 자신이 좋은 성적을 내거나 야구 인생이 전환점이 됐던 야구장이 있다. 차우찬에겐 목동구장이 그렇다. "이달 들면서 벌써부터 목동 경기가 잡혀있다는 걸 알고서 계속 작년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지금은 그때와 마음자세가 달라졌다. 1년 전에는 다만 1승이라도 올리기 위해 아등바등할 때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조급한 마음에 성적이 나빠지곤 했다. 지금은 본인의 승리 못지 않게 팀이 이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놓고 강판하기 위해 애쓴다. 1년만에 차우찬은 기량과 정서적으로 모두 급성장했다.
목동=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