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거울 보는 게 쑥스러워요. 이젠 제 모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거울 보는 것도 쑥스럽고, 스크린에서 자신의 연기를 보면 손발이 오그라든다. 선배 연기자들을 대할 때도 말을 걸면 공손하게 대답을 하지만, 먼저 다가가는 스타일은 못 된다고.
이렇게 매사에 아직 설익은 듯한 소년 배우가 연준석이다. 그럼에도 신기한 점이 많다. 8년차 배우답게 연기할 때는 프로페셔널한 점이 신기하고, 1년이 채 못 돼 급성장한 모습도 놀랍다.
최근 연준석의 첫 주연작이 개봉됐다. 암울한 1980년대를 소심하게 관찰하는 소년 진우(연준석)의 성장담을 담은 '굿바이 보이'다. 이 영화에서 연준석은 무능한 아버지와 착하지만 불쌍한 어머니 밑에서 반항심에 가득 찬 누나와 함께 자라는 소년을 연기했다. 폭력을 행사하는 신문배달소장을 야구방망이로 후려치기도 하고, 불량 소년들과 어울리고 담배를 피우는 장면 등은 1995년생 연준석과 완전히 동떨어진 세계의 것이었지만, 그의 연기는 실감났다. 어떤 심정으로 연기했는지를 묻자 연준석은 "그 장면들은 전부 진우가 친구 창근이(김동영)를 보고 따라하는 것들"이라며 "나 역시 그런 경험은 없지만, 본 것을 따라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해봤다. 사실 소심한 연기보다는 감정을 터뜨리는 연기를 더 해보고 싶다"고 수줍게 말했다. 2009년 최고의 화제였던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서도 연준석은 여주인공 고은성(한효주)의 동생 고은우 역으로, "진짜 자폐아가 아니냐"는 말까지 들어가며 혼신의 자폐아 연기를 펼쳤다. 덕분에 같은 나이 또래 배우 중 독보적인 연기력을 인정받아 영화 주연 자리까지 꿰차게 됐다.
연준석은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굿바이 보이'의 주연배우 자격으로 레드카펫에 섰다. 당시만 해도 얼굴에 젖살이 덜 빠져 어린 티를 벗지 못했던 연준석은 1년이 채 못 돼 '폭풍 성장'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프로필상 키가 1m75인데요, 지금은 1m80 정도 되는 것 같아요. 1m81로 나온 적도 있는데, 다시 재니까 1m80이더라고요." 살짝 벌어져 있던 치아도 교정을 통해 가지런해졌다. 얼굴은 한층 갸름해져서 미소년이라기보다는 미청년에 가까워졌다. 때문에 영화 속 연준석의 얼굴이 나오는 '굿바이 보이' 포스터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연준석은 "다른 사람들은 치아교정을 하면 잘 못 먹는다고 하는데, 한창 클 때라 그런지 워낙 잘 먹어서 그런 것 같다"며 웃기만 했다. 훌쩍 자란 데 맞춰 앞으로는 아역 이미지를 벗고 청년 연기에 도전할 생각이어서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연준석은 "활달하게 움직이는 액션 연기를 해 보고 싶다"며 "방학 동안 액션 스쿨에 다니면서 실력을 쌓을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강동원의 외모와 양동근의 카리스마'가 연준석의 오랜 목표다. 강동원과 양동근 이야기를 다시 한 번 꺼내자 연준석은 "요즘은 강동원 선배가 정말 지나치게 멋있어지셔서 살짝 자신감이 없어지기도…"라며 말끝을 흐렸다. 연준석의 영화 데뷔작은 강동원 주연의 '형사(duelist)'다. 꼬마였던 연준석은 지금도 버스에서 분장을 하고 있던 강동원을 가슴 두근대며 바라봤던 기억을 갖고 있다고. "그만큼 멋있어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적어도 실력만큼은 인정받고 싶어요. 공부에는 사실 별로 자신이 없어서(웃음) 연기를 내세워야죠. 좋은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오래 가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