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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식의 시네마 오디세이] 오락과 공포는 공존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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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저주의 멜로디'(감독 김곡, 김선)는 올 여름 처음 개봉한 공포영화다. 아이돌 걸그룹 멤버들의 시기와 질투, 목숨 건 경쟁을 공포, 미스터리로 포장한다. 기존 공포영화에서 보지 못하던 설정이다.

'화이트…'는 올 공포영화의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고괴담'이나 '고사' 시리즈와 같은 학원물을 벗어난다. 소재가 다양해진 것이다. 7, 8월 개봉 예정인 '미확인 동영상'은 인터넷을 떠도는 동영상, '기생령'은 빙의, '고양이: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은 폐소공포증을 겪는 인물을 다루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는 시대 변화를 적절히 반영한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은 공포에 대한 논픽션 '죽음의 무도'라는 책에서 "좋은 공포영화는 좋은 농담과 닮았다. 아무리 웃기는 말이라도 너무 자주 접하다 보면 싫증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보자. 한 영화가 무덤에서 손이 쑥 올라오는 장면으로 성공했다. 다른 영화에서 똑같은 장면을 반복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장르물인 공포영화 연출진이 겪는 특별한 어려움이다. 오죽하면 "성공적인 공포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번개를 병 속에 붙잡아두는 것과 같다"고 했을까.

'화이트:저주의 멜로디'가 아이돌 걸그룹을 내세운 것도 그런 고민의 결과일 것이다. 그렇다면 일단 눈길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문제는 영화의 내적인 밀도다. 아쉽게도 공포영화 시즌을 여는 영화치고는 좀 싱겁다. 인물들은 무서워서 소리치거나 울고, 원혼이 등장하고, 괴이한 소리가 들리는데도 관객들은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오싹 소름이 돋지도 않는다.

영화는 태생적으로 한계를 갖고 있다. 가수가 주인공인만큼 춤과 노래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로 이들의 연습 혹은 공연 장면을 자주 보여준다. 그런데 춤과 노래는 오락적이다. 공포는 정반대 감정이다. 결국 영화에는 이질적인 두 감정이 공존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연결해 공포감을 자아내야 하는 숙제를 처음부터 안고 있다.

영화는 은주(함은정)가 새로 이사한 사무실에서 주인 없는 곡 '화이트'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핑크돌즈는 이 노래를 리메이크해 큰 인기를 얻는다. 그런데 메인 보컬마다 차례로 큰 사고를 당한다. '화이트'에 잔혹한 저주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은주는 이 비밀을 파헤치려 고군분투한다. 이 과정에서, 감독의 말처럼, 배경이 밀폐된 곳이 아니라 공개된 장소인 무대라는 점은 흥미롭다. 소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과정도 재미있다.

그러나 비디오테이프에 담긴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은 평이하다. 인물과 인물, 사건과 사건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느슨하다.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이유는 초점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는 멤버들간의 경쟁이 중심축을 형성한다. 백댄서 출신 은주를 대놓고 무시하고, 성형 중독으로 고생하고, 스폰서 문제까지 나온다. 대중문화의 예민한 부분을 다 끌어들인다. 이 지점에서 공포영화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린다. 당연히 집중도가 떨어진다. 이는 티아라 멤버 함은정이 주인공으로 출연하면서 빚어진 혼란일 수도 있다.

공포영화가 갖는 효과 중 하나는, 영화 속의 공포로 인해 현실의 공포를 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화이트…'는 인기가수인 '그들'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관객들이 "내 얘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할 여지가 거의 없다. 인물들은 공포에 떠는데, 관객들은 무덤덤한 이유다. 소재의 현실성이 오히려 영화의 현실감을 떨어뜨리는 모순이다.

다시 스티븐 킹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그는 "좋은 공포 이야기는 상징적인 수준에서 작용하면서, 허구의 사건들(때로는 초자연적인 사건들)을 이용해 우리가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에 도사린 진정한 두려움들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이는 '화이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인기 걸그룹 문화를 사실적으로 터치하는데 그쳤을 뿐, 인간의 보편적인 두려움까지 다루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엔터테인먼트팀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