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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독수리가 우월하다"하자 '황새' 황선홍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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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생각해라. 독수리가 모든 면에서 우월하다." '독수리' 최용수 FC서울 감독대행(40)이 포문을 열었다.

"뭐든지 강하고 다 이기는 것이 아니다. 황새는 부드럽고 화려함 속에 더 강한 것이 내재돼 있다." '황새' 황선홍 포항 감독(43)이 맞불을 놓았다.

황선홍과 최용수,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 계보를 잇는 두 사령탑이 1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나란히 앉았다. FC서울과 포항은 11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격돌한다. 2011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13라운드다.

"결승전도 아닌데…"라며 쑥스러워 한 황 감독의 말처럼 기자회견은 이레적이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두 사령탑을 얼굴로 내세웠다. K-리그는 승부조작 파문으로 신음하고 있다. 아직 벼랑 끝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팬들을 향한 사과로 출발했다. 황 감독은 "축구인 한 사람으로서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팬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좋은 축구로 보답해야 한다. 첫 번째 발걸음이 내일 경기다. 혼신의 힘을 다해 열정적인 축구를 펼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최 감독도 "스포츠는 노력과 땀에서 정당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 내일 경기에서 K-리그의 희망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황새'와 '독수리', 새로운 라이벌 벤치 구도는 뜨거웠다. 두 사령탑은 동시대에 그라운드를 누볐다. 1998년 프랑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동고동락했다. K-리그와 일본 J-리그에서도 함께 뛰었다. 상대를 바라보는 눈은 부드러웠다. 황 감독은 "선수 때 최 감독을 굉장한 라이벌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갖고 있었다. 난 샤프했다. 용수는 파괴력이 넘치면서 터프했다. 둘의 장점을 섞었으면 세계적인 선수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최 감독이 박장대소했다. 그리고는 "난 투박하고 선이 굵은 축구를 했다. 시대에 맞는 스트라이커 성향이었다. 반면 황 감독은 당시에도 세밀하고 정교했다. 동료들도 잘 이용했다. 부러웠다"고 칭찬했다.

승부는 승부였다. 최 감독은 "지도자로 첫 맞대결이다. 승점이 많이 앞서니 양보를 해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승부에 패배는 있을 수 없다. 난 감독대행이 된 지 6~7주 밖에 안 됐다. 잃을 것이 없다. 패배자는 기억하지 않는다. 꼭 승리를 하고 싶다"며 자존심을 건드렸다. 황 감독도 "경기는 다 마찬가지다. 이기기 위해 하는 것이다. 나도 갈 길이 바쁘다. 승점 3점을 주고 싶지 않다. 최 감독대행이 프로가 어렵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양보없는 일전을 예고했다.

서울은 3연승 뒤 2연패를 당했고, 포항은 2경기 연속 무승부를 기록했다. 디펜딩챔피언 서울은 11위(승점 15·4승3무5패), 포항은 2위(승점 23·6승5무1패)에 랭크돼 있다.

황 감독은 세 번째 골, 최 감독은 선취골이 분수령으로 내다봤다. 또 젊은 사령탑답게 둘 모두 화끈한 공격 축구를 약속했다.

황선홍-최용수, 감독 라이벌이 첫 발을 내디뎠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