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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아빠' 안내상 "그래도 난 아직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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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난 지금 청춘이에요."

'뭔가 없어 보이는 연기'의 달인인 배우 안내상. 최근 '회초리'와 '굿바이 보이' 두 영화에서 주연급으로 등장했다. 때문에 수많은 홍보 일정을 소화했다. 언론 인터뷰뿐 아니라 TV 토크쇼, 다음 작품 준비까지 눈코뜰새가 없다. 그 덕택에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하다 수감생활을 했던 이야기 보따리까지 풀리며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순위에도 종종 이름을 올렸다.

최근의 두 작품에서 그는 장기인 '못난 아버지' 연기를 했다. 우열을 가릴 수 없이 못난 아버지들이다. '회초리'에서는 복싱선수 출신이지만 가족을 잃었다는 슬픔에 마구 살다가 존재도 모르는 어린 딸을 만나는 아버지, '굿바이 보이'에서는 집을 나갔다가 돈만 탕진하고 돌아와 자식들로부터 미움받으면서도 권위는 지키려고 하는 아버지다. 못나서 더욱 초라하고 나이들어 보이는 역할을 많이 했음에도, 실제로 만난 안내상은 "나는 아직 한창 청춘이고, 이제야 마음대로 캐스팅이 잘 되기 시작했다"며 자신감에 넘쳐있었다. 그는 "초라하고 고뇌하는 인물이 나와 정서적으로 잘 맞다"며 "하다못해 나는 왕을 연기해도 세상을 개혁하지 못하고 암살당하거나 사랑을 뺏기는 불쌍한 왕이더라"라며 웃었다. 그는 드라마 '한성별곡'에서 정조 역할을 한 바 있다.

그런 이미지를 극대화시킨 작품은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이었다. 안내상은 "'조강지처 클럽' 이후 '수상한 삼형제'를 거치면서 그런 이미지가 내 이미지로 돼 버렸는데,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며 웃었다. "'성균관 스캔들'도 그래서 한 것이었는데, 본의 아니게 이번엔 영화에서 두 편 연속으로 그런 '막장아빠' 역을 맡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내 이미지 때문에 배역을 고를 생각은 없어요. 뭐든 몸 바쳐서 해야죠."

연대 신학과를 나와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그는 젊은 시절 학생운동에 투신하기도 하고, 배우 일을 시작하고는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고생도 했다. 안내상은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갈 때가 참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며 "견딜 수가 없어서 서울에서 무작정 부산으로, 부산에서 제주도로 갔다가 밤을 꼬박 새고 비행기로 다시 서울에 오는 무의미한 짓을 한 적도 있다"고 당시의 방황을 고백했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진정한 전성기 같다고. "젊을 때는 마냥 청춘을 버리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50대나 60대가 되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젊을 때처럼 쫓기는 마음이 없고, 젊었을 때 그토록 원하던 캐스팅도 저에게 잘 들어와요. 내 연기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길이 막 열리고 있는 거죠. 이게 진짜 청춘 아니겠어요."

안내상은 "나를 만난 사람은 다 잘 되는 것 같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하기도 했다. "데뷔작이라고 제 필모그래피에 나오는 '백색인'은 봉준호 작품 거였어요. 그 때는 그냥 감독 지망생일 뿐이었죠. 그리고 연극배우 하면서 같이 술친구로 지내던 사람들이 이문식 송강호 유오성 등이었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저만 만나면 다들 일이 잘 되는 것 같다고 말을 하더라고요."

차기작은 임창정 주연의 '창수'로 결정됐다. 안내상은 주인공 창수(임창정)를 뒤를 쫓는 피도 눈물도 없는 조폭으로 등장해 또다른 서늘한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