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취점 내주면 진다(?)'
두산의 부진 터널이 길다. 두산은 9일 광주 KIA전서 2대3으로 패하며 올시즌 첫 5연패를 기록했다. 지난 2008년 4월20일 이후 1145일만에 7위로 떨어졌는데, 페넌트레이스 50경기 이상을 소화한 시점에서 7위로 떨어진 것은 김경문 감독 부임 이후 처음이다. 2004년 두산 지휘봉을 잡은 이후 단 한 시즌도 승률 5할 밑으로 떨어져 본 적이 없는 김 감독이 그만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다.
투타에 걸쳐 기복이 심하고 선수들의 사기도 많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되지만, 문제는 부상자 속출 등 반전의 실마리를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선취점을 내준 후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경기도 많아져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두산은 5연패를 포함해 지난달 27일 잠실 한화전부터 최근 12경기 연속 선취점 여부에 따라 울고 웃었다. 두산은 이 기간 4승8패를 기록했는데, 선취점을 따낸 4경기는 모두 이긴 반면 그 반대의 경우에는 모두 패했다. 선취점을 올린 팀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게 마련이지만, 최근 두산의 경우를 보면 선취점에 따른 승패 확률이 100%에 이르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징크스'로 이어져 선수단에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두산이 선취점 싸움에서 열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중심타선의 부진 때문이다. 두산의 최근 경기를 들여다 보면 초반 찬스를 살리지 못해 상대의 기를 살려주는 경우가 많다. 이날 KIA전에서도 1회 1사 1루서 김현수가 병살타를 치는 바람에 선취 득점 기회를 놓쳤다. 경기 초반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득점권에서 타자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27일 이후 두산의 팀 득점권 타율은 2할3푼5리로 8개팀중 6위에 그쳤다. 김경문 감독도 이날 패한 직후 "타자들이 심리적으로 부담을 갖는 것 같다"고 했다.
타자들의 컨디션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본다면, 김 감독의 말대로 부담을 떨치는게 현재로선 급선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