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하나면 전세계 어디에 있는 사람과도 통화를 할 수 있는 시대다. 만나고 싶은 사람의 전화번호만 있으면 언제나 연결 가능하다.
7일 조광래호와 맞대결을 펼치는 '아프리카의 별' 가나 대표팀의 수비수 존 판트실(풀럼)도 휴대전화를 십분 활용했다. 5일 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전화기의 주소록을 뒤졌다. 판트실이 찾고자 하는 이는 바로 설기현(울산)이었다. 판트실은 설기현이 풀럼에서 뛰던 2007~2008시즌부터 2009~2010시즌(2008~2009시즌 중반 알 힐랄 임대)까지 함께 뛰었다. 설기현과 판트실은 각각 측면 공격수와 수비수로 함께 호흡을 맞추었다. 그만큼 친했다.
하지만 판트실이 가지고 있는 전화번호는 '없는 국번'이었다. 실망한 판트실은 가나 대표팀 관계자를 통해 설기현의 전화번호를 수소문했다. 하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어서 쉽사리 구하지 못했다. 고군분투하던 판트실은 6일 오전 설기현의 전화번호를 받아들었다. 한국 취재진을 통해서였다. 설기현의 전화번호를 받아든 판트실은 어린 아이처럼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반대의 일도 있었다. 가나 대표팀의 전화번호를 애타게 찾은 가나 선수가 있었다. 주인공은 가나 출신으로 포항에서 뛰고 있는 데릭 아사모아였다. 아사모아가 급하게 전화번호를 수소문한 것은 6일 새벽 걸려온 한통의 전화 때문이었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남성은 아사모아에게 "고란 스테파노비치 가나 대표팀 감독이 아사모아를 찾는다"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선수단과 함께 경기도 가평으로 전지훈련 와있던 아사모아는 황선홍 감독과 팀 관계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포항 관계자들은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가나 대표팀 관계자와 연락을 했다. 가나 대표팀이 머물고 있는 호텔로 전화를 걸어 팀 관계자와 접촉했다. 하지만 아사모아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팀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아사모아를 대표팀에 불러올 계획이 없다고 알려주었다. 포항 관계자는 "아사모아가 아쉬워한다. 이 아쉬움을 11일 서울 원정 경기에서 풀겠다는 각오로 충만해있다"고 말했다. 전주=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