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괴물같습니다. 타자들 긴장 좀 해야겠는데요."
양준혁 SBS ESPN 해설위원은 한화-넥센전을 중계하면서 넥센 중간계투 김대우(23)를 칭찬하기 바빴다.
천하의 강타자 출신 양 위원이 보기에도 김대우가 상당히 무서웠던 모양이다.
5일 대전구장에서는 넥센의 무명 신인 투수 김대우가 단연 화제였다.
서울고-홍익대 출신의 김대우는 작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9라운드 67번으로 지명된 계약금 2000만원, 연봉 2400만원의 저렴한 선수였다.
사실상 그저 그런 무명의 신인에 불과했기에 그동안 넥센에서 2군 경기에 출전하며 별로 주목받지 않았다.
하지만 데뷔 무대가 너무 강렬했다. 지난 2일 1군에 처음 이름을 올린 김대우는 4일 한화전에서 1-3으로 뒤진 8회말 4번째 투수로 올랐다.
김대우는 데뷔 무대인 데도 불구하고 배짱있는 언더스로로 3연속 삼진으로 초토화시켰다. 경기는 1대3으로 졌고, 김대우는 1이닝만 던졌지만 넥센 덕아웃은 흙속의 진주를 발견했다며 오히려 환호했다. 팀 선배들은 김대우에게 일찌감치 초특급 핵잠수함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김대우의 위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5일 한화전에서는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5회말 추가 실점하면서 1-4로 멀어지자 김시진 감독은 전날 보다 일찍 김대우를 세번째 투수로 올렸다.
1사 2루의 계속된 위기. 상대타자는 3번 장성호. 중심타선부터 맞서야 하는 상황이 전날과 같았다. 하지만 김대우는 바닥을 훑어 올리는 위력적인 피칭으로 겁없는 신인 그대로였다.
장성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최진행에게 볼넷을 준 뒤 대타 전현태마저 스탠딩 삼진으로 요리한 김대우는 이어진 6회말에 타자 3명을 외야 플라이와 연속 삼진으로 요리하며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김대우가 이날 1⅔이닝 동안 올린 기록은 4탈삼진 1볼넷 무안타. 타자 6명을 상대하는 동안 33개를 던진 김대우는 빠르지는 않지만 위협적인 볼끝으로 한화 타선을 압도했다.
최고 시속 139km를 찍은 직구는 21개중 12개를 스트라이크존에 적중시켰고, 묘하게 솟구치는 커브는 9개 가운데 7개나 적중시켰다. 특히 언더스로의 장점을 살려 결정구로 구사한 129∼133km의 위력적인 싱커 3개는 헛스윙 삼진용 유인구로 부족함이 없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양준혁 위원만 반한 게 아니다. 김시진 감독은 "씩씩하게 던지는 모습이 좋다. 앞으로 중간계투로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이라고 했고, 적장 한대화 감독 역시 "상당히 인상적인 선수"라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전날 한화-넥센전 해설을 맡았던 투수 출신 양상문 해설위원 역시 5일 부산으로 이동해서도 '김대우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