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22·셀틱)은 요즘 말로 하면 잇보이(It boy)다. 늘씬한 체격(1m87, 75㎏)으로 어떤 옷을 걸쳐도 멋지게 패션을 소화해내는 그라운드의 '간지남'이다. 미소를 머금은 장난끼 넘치는 표정, 적극적인 소통으로 많은 여성 팬들을 많이 거느린 A대표팀의 아이돌 스타다.
그라운드에서는 터프 가이로 돌변한다. K-리그 시절 "예쁘게만 볼 차려고 한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거친 스코틀랜드 축구에 적응하면서 얻은 생존 방식이다. 공격적인 태클도 서슴지 않고, K-리그 시절 꺼려하던 공중볼 다툼에도 적극적이다. 상대 선수와 말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상반된 면모가 기성용의 매력 중 하나로 꼽힌다.
세르비아전에서는 기성용의 롤이 중요하다. 세 가지 체크 포인트가 있다.
먼저 1차 저지선 역할을 어떻게 해내는지 지켜보자. 기성용은 소속팀과 A대표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고 있다. 수비 안정화를 화두로 던진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의 '행동대장' 격이다. 수비진 앞에서 상대의 공격을 끊고, 공격 전개의 시발점 역할을 해야 한다. 그라운드 전역을 휘젓는 박스 투 박스 플레이어로 진화 중인 그의 위치 선정과 몸싸움이 흥미로울 것 같다.
유럽 5대리그 출신들이 즐비한 세르비아 상대로 성공을 거둔다면 기성용의 몸값은 더욱 올라갈 수 있다. 빅리그 팀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기성용의 현재를 명확하게 짚어볼 수 있는 경기가 될 것이다.
양발 가리지 않는 중거리포도 지켜보자. 그는 지난달 스코티시컵 결승에서 빨래줄 같은 왼발 중거리슛을 성공시켰다. 스스로도 놀랐다고 했다. 기성용이 위협적인 중거리슛을 쏘아댄다면 세르비아 수비진에 혼란을 줄 수 있다. 상대로 하여금 수비 부담을 줄 수 있고, 빈 공간을 노출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전술적으로 유용한 선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스피드는 톱클래스가 아니지만 정확한 킥으로 커버하는 기성용을 지켜보자.
프리킥과 코너킥 찬스가 나면 일어서서 봐도 좋겠다. 대표팀에서 먼거리 프리킥과 코너킥을 담당하는 그의 킥은 이른바 '택배 크로스'로 정평이 나있다. 정확한 프리킥과 코너킥으로 남아공월드컵에서 2개의 어시스트를 했고, 지난 3월 온두라스전에서도 크로스로 3골을 이끌어냈다. 이번에는 어떤 킥을 보여줄지 관심을 모은다.
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