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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훈 감독, 선수들 자진신고 꺼리는 이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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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훈 제주 감독은 K-리그 승부조작 파문과 관련해 소속팀 선수들에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잠자코 있자니 문제를 방치하는 것 같고, 그렇다고 선수단을 조사할 경우 코칭 스태프-선수간 불신 풍조가 퍼질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K-리그 전 구단 감독들이 느끼는 고충일 것이다.

박 감독은 마산공고 출신으로 전북에서 뛰었던 정종관이 최근 자살하자, 고인과 같은 경력 때문에 의심받고 있는 A선수 등 선수단 30여명과 지난 2일 개별 면담하려고 했다. 구단 안팎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서였다. 하지만 고심 끝에 선수단 전체를 대상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주지시키는 차원에서 마무리했다. 그는 "혹시라도 승부조작에 연루되었다면 프로축구연맹에 자진신고를 하자"고 선수들에게 당부했다.

연맹은 지난 1일부터 13일까지 2주간 한시적으로 승부조작 등 불법행위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선수 등 당사자들로부터 자진신고(전화 02-2002-0686, 팩스 02-2002-0670 , 이메일 clean@kleague.com)를 받고 있다. 안 총장은 "승부조작을 자신신고한 관련자에게는 최대한 관용을 베풀어 징계 수위를 낮춰줄 것이다"며 "신고내용에 대한 자체조사 후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면 선별적으로 검찰에 수사의뢰할 것이다. 이때 검찰에 최대한의 선처를 건의할 방침이다"면서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유죄협상제)을 적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고자 비밀유지와 신변보호를 위해 신고는 안기헌 연맹 사무총장 1인이 관리한다. 하지만 신고가 들어온 것은 3일 현재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고해성사'를 하는데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많다고 했다. 연맹이 플레바게닝하겠다고는 하지만 선수들이 느끼기에는 사실상 선수로서 '자살'을 선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박 감독은 "신고 선수는 혐의에 따라 사법 조치가 취해질 경우 형을 살 수도 있다. 그 뒤 K-리그에 복귀한다고해도 따가운 시선을 받고 뛰어야 한다. 또 경우에 따라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다면 축구 선후배 동료 등 가담자를 실토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선수들이 자진신고를 망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해당 선수의 신변보호를 위해 다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연맹 관계자는 "연맹이 사법권을 갖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자진신고자의 법적 책임까지 수위 조절해줄 수는 없다"면서 "하지만 연맹에서는 최소한 선수 생활 만큼은 이어갈 수 있게끔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