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다수 방언이 약 2천200년 전 한반도에서 이주해간 농민들에 의해 이식됐다는 주장을 담은 연구 논문이 4일 공개됐다.
도쿄대학의 션 리와 하세가마 도시카쓰는 영국왕립학회보B(the journal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실은 논문을 통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일본어 가운데 오랜 기간 변화를 거치지 않고 보존된 동사, 숫자, 명사 등 단어 210개를 뽑은 뒤 59개 방언에서 그에 해당하는 단어를 찾아 컴퓨터로 비교했다.
연구진은 컴퓨터 분석 결과 표본으로 삼은 단어들이 약 2천182년 전의 같은 조상에게서 내려왔음을 발견했으며, 이 시기는 한반도에서 대거 이주민 유입이 있었던 때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현대 일본어의 기원이 한반도를 포함한 '일본 열도 외부'라는 학설에 힘을 실은 것으로 평가된다.
학계에서는 일본어의 기원과 관련 자생설과 외부 유입설이 맞서왔다.
우선 1만2천~3만년 전 일본에 원주민이 살고 있었으며, 현재의 일본어와 일본인은 수렵ㆍ채집에 기반한 그 당시 원주민에게서 직접 내려왔다는 주장이 있다.
이 학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기원전 200년을 전후해 아시아 대륙으로부터 이주민 유입이 있었지만 쌀과 농업기술을 전파했을 뿐 언어의 발전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에 반해 이번 연구결과처럼 한반도 출신 이주민들이 원주민 언어를 대체하거나 상실케 만들었다는 학설이 존재한다.
최근 고고학계 연구결과와 유전자를 통한 연구 결과는 대체로 후자의 이론을 지지하는 추세다.
아울러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역사상 농업의 전파가 언어의 다양화에 주된 동력이었다는 이론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번 연구는 일본이 수렵ㆍ채집 사회에서 농경사회로 전환하기까지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었던 정황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이것이 고대 일본인들이 '착취'가 불가피한 농경문화로 이전하길 거부하며 조화로운 삶을 추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션 리는 "일본의 수렵ㆍ채집 시대 사람들의 조화로운 삶의 방법이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했다"며 "그들은 경작에 대한 지식을 가졌음에도 농업을 전면적으로 발전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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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