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리리리!", "청용! 청용!"
곳곳에서 이청용의 이름이 흘러 나왔다. 12일(한국시각) 영국 버밍엄 세인트 앤드류스 경기장은 이청용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원정에서 극적인 결승골로 3대2로 승리하자 버밍엄은 그를 위한 무대로 변했다.
경기가 끝나고 4339명의 볼턴 서포터들은 일제히 영웅 이청용의 이름을 외쳤다. 한국 억양과 비슷했다. 처음들어보는 리듬으로 이청용 응원가까지 만들기 시작했다. "이.청.용", "이.청.용", "이.청.용"이라는 발음이 똑똑히 들렸다.
양팀의 모든 선수들이 이청용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FA컵 중계를 담당하는 영국 BBC은 볼턴 선수들이 이청용에게 달려가 축하를 하는 장면을 계속 내보냈다.
기자석도 마찬가지였다. 볼턴 지역 신문, 라디오 방송 관계자들도 모두 이청용을 입에 올리며 엄지를 세웠다. 이들은 "이청용의 인터뷰를 좀 정리해서 보내달라"며 자신들의 질문이 담긴 질문지를 건넸다.
선수들과 만나는 믹스트존에서도 이청용의 이름은 빠지지 않았다. 최근 맨체스터 한국식당에서 이청용, 홀든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던 엘만더는 "얼마 전 이청용과 같이 먹은 한국 음식이 오늘 승리를 도운것 같다"고 해 취재진의 웃음을 자아냈다. 주장 케빈 데이비스는 다음 경기에도 이청용이 결승골을 넣을 수 있게 도울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당연하다. 결승전에 갈수만 있다면 누가 넣든지 상관없다"고 크게 웃었다. 이어 "작년에도 이곳에서 이청용이 골을 넣은 것으로 기억한다. 최근에 게임을 뛰지 못했지만 그가 들어와 경기 분위기를 바꿔주었다"며 칭찬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기자실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오언 코일 감독은 스포츠조선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의 골이 나의 흥분을 최절정에 올려놓았다"며 기쁨을 표현했다.
영국 언론의 반응도 뜨거웠다. 가디언은 '이청용이 헤딩으로 볼턴의 웸블리행을 이끌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톱뉴스로 전했다. 이 신문은 '버밍엄 시티는 코너킥 상황에서 리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볼이 골라인을 통과하는 순간 이청용의 발끝에 걸렸다. 이청용은 경기 종료 직전 데이비스의 헤딩 크로스를 결승골로 연결,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고 보도했다. 유로스포츠는 '경기 종료 직전 터진 이청용의 결승골이 버밍엄 시티의 가슴을 찢어 놓았다'는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 눈길을 끌었다.
데일리 메일은 이청용의 사진을 스포츠 뉴스 메인으로 내세웠다. 신문은 '맥클리쉬 감독의 버밍엄 시티는 포기를 모르는 불굴의 정신을 보여주었다. 오직 이청용 만이 그들의 저항을 깨트릴 수 있었다'고 썼다. 또 이청용을 '결정전 순간의 선수(Man of the moment)'로 선정했다.
대중지 더 선도 이청용이 헤딩하는 사진을 비중있게 처리했다. 버밍엄(영국)=이 산 통신원 dltks@hotmail.com, 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