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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칼럼]시즌중 암수술, 김성근감독의 강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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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시즌 SK경기를 취재하면서 몇 번이나 일본 NHK 촬영팀의 모습을 봤었다. 그들이 1년동안 취재한 프로그램이 6일 밤 BS하이비젼 채널에서 방영됐다.

제목은 '백구(白球), 선수들은 바다를 건넜다'였다. 야구를 무대로 한국과 일본의 과거와 미래를 조명해보는 취지의 약 2시간짜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네 사람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1940년대 일본 와세다대학 야구부에서 뛰고, 귀국후 선수와 대표팀 감독으로 활약한 고 김영조씨, 한국인 유학생들이 뛰고 있는 교토국제고등학교 야구부, 일본프로야구에서 3000안타를 기록한 장 훈씨, 그리고 가장 비중있게 소개된 SK 김성근 감독이었다.

김 감독을 주인공으로 뽑은 이유에 대해 겐 마사유키 PD(도쿄 비디오센터 소속)는 이렇게 밝혔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야구를 통해서 소개하려면 과거, 현재, 미래를 말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과거의 증언 만이 아니고 지금 활약하고 있는 야구인이 필요했습니다. 그 상징적인 존재가 바로 김 감독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은 작년 봄 SK 고치캠프의 영상부터 시작된다. 김 감독이 최 정과 박정권에게 펑고를 쳐주는 장면이다. 김 감독은 엄격한 훈련에 대해 "잠재 능력을 키워주려면 타협하지 않고 끈질기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 감독다운 모습이다.

김 감독에 대해 겐 PD는 "그렇게 정신력이 강한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김 감독과 같은 재일교포 2세인 겐 PD는 "김 감독이 원래는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고 하는데 야구 인생을 통해서 강인함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카메라앞에서 이렇게 토로한다. "2007년 시즌 도중에 암이 발견되었을 때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일요일 경기후에 수술을 받은 뒤 화요일에 야구장으로 갔다. 그 당시 의사와 나 밖에 그 사실을 몰랐다. 약점을 보이면 그 자리를 빼앗긴다. 나는 항상 지고 싶지 않다."

22세 때 결정한 영구 귀국. 그 당시 한국과 일본은 국교가 없었고, 귀국을 반대한 어머니는 김 감독의 여권을 다다미(일본식 바닥)밑에 숨겼단다. 김 감독은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평생동안 흘릴 눈물을 다 쏟아냈다고 한다. "그렇지만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눈물이 멈추었다. 한국은 김성근이라는 사람을 강하게 해줬다."

프로그램에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초대 사무총장인 이용일씨, 백인천 전 감독, 프로야구 초창기에 활약한 재일교포 선수인 김일융 주동식 김무종 등이 출연했다. 또 현역선수로서 임창용(야쿠르트) 김태균(치바 롯데) 이범호(KIA)가 방송을 탔다. 그리고 김인식 전 대표팀 감독과 장 훈씨의 대담도 있었다. 담당PD가 "촬영한 비디오 테이프 길이가 150시간을 넘는다"고 할정도로 대작이었다.

전체적으로 담담하게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역사 자료라고 할만큼 가치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