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만 카시오페아 대군을 거느린 동방신기는 그 팀명처럼 신과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김준수 김재중 박유천 3명은 2008년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그뒤로 활동을 중단하다시피했던 세 사람은 지난해부터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김준수는 '모차르트!'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 변신, 티켓 예매 시작 10분만에 전 좌석을 매진시키는 등 놀라운 티켓 파워를 과시했다. 그리고 "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 중 최고의 가창력을 가졌다"는 극찬을 들으며 지난해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 남자신인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현재는 다른 두 멤버와 JYJ로 활동을 개시하는 한편, 창작극 '천국의 눈물'을 통해서 배우로서의 입지도 탄탄하게 다져나가고 있다.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김준수는 그간 신비스러운 이미지가 두텁게 쌓여있는 편. 공식 기자회견서도 한 두 마디 하는 게 고작이었고, 다른 멤버들과의 인터뷰에서도 유독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귀한몸'의 스포츠조선 독자를 위해 하루 종일을 최초 공개하기로 했다. 거리감 느껴지는 '한류스타' 타이틀과는 달리 솔직담백한 매력을 한껏 드러낸 그의 '24시'를 즐겁게 따라가봤다.
▶김준수는 컴퓨터다?
김준수의 하루는 오전 10시 45분에 시작됐다. 일어나자마자 서울 강남구 압구정에 위치한 더 레드카펫 미용실을 찾았다. 동방신기로 데뷔한 2004년부터 계속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더니 스타일리스트는 물론, 스태프와도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다.
하지만 어디를 가든 손에는 2월 개막될 뮤지컬 '천국의 눈물' 대본이 들려있다. "미용실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어떻게보면 아무것도 안하고 아까운 시간이라 요즘엔 활용하려고 대본보고 노래연습하고 그래요."
얼마나 열심히 대본을 봤는지 파일 안에 담겨있는 악보 종이는 벌써 끝이 너덜너덜 해졌다. "대본이 수시로 바뀌거든요. 다음 연습 대본도 엄청 바뀌었다고 하더라고요. 며칠동안 연습했던 것이 갑자기 바뀌니까 예전 가사로 부르기도 하고 그래요."
인내는 쓰지만 결과는 달다. 이날 그는 지난해 가장 많은 티켓을 판매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2010 인터파크 골드디스크 대상 트로피를 건네받았다. 사실 '모차르트!'는 의미도 깊지만 그만큼 힘들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했지?'라고 할 정도에요. 처음이라 뮤지컬이 어떤 건지도 잘 모르고 노래도 고음에 어려웠거든요. 연습기간도 없는데 외울게 너무 많아서 대본을 달고 살았죠."
목표가 명확하면 때로는 초인적인 힘이 나오기도 한다. 이미 자신의 이름을 믿고 티켓을 사준 팬들이 있었기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가 대작을 소화할 수 있었던 비결은 따로 있었다. 바로 월등한 암기력. 측근은 "준수를 컴퓨터라고 부를 정도로 암기력이 비상하다"라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두번째 뮤지컬 도전은 어떨까? "이번 작품은 한국에서 만드는 첫 창작극이라 답이 없어요. 대사 한 마디도 화를 낼지, 흐느낄지 저랑 스태프가 같이 정해야하죠. 부담도 있지만 제 연기가 답이 된다는건 또 재밌는 부분인 것 같아요." 같이 호흡을 맞추는 다비치 해리에 대해서도 칭찬이 쏟아진다. "워낙 노래를 잘하셔서 원래부터 팬이었어요. 그런데 그분도 저한테 팬이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같이 좋아했죠."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