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중 왔대!" "꺅! 어디야 어디?"
그가 나타나자 여기저기서 함성이 터져나왔다. 이정도면 '쓰나미급' 인기라 할만하다. 순식간에 그를 보기 위한 긴 줄이 늘어섰다. 심지어 한국 여자축구의 자존심 여민지 선수마저도 근처에 왔다가 "현중 오빠 팬"이라며 인증사진을 찍고 갔다. 살갑게 먼저 팬들에게 다가가는 김현중은 5년 전 SS501 데뷔 때와 완전히 달랐다. 카메라 앞에서 쑥스러워하고 멤버 중 말수가 적었던 김현중이었다. 이제는 수십가지 포즈를 알아서 취해보이고, 팬들의 여러 요청에도 "오케이"를 외치며 친절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시청률 바닥치니 욘사마에게 문자메시지가~
인터뷰 전날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일정을 마치고, CF 촬영까지 감행한 김현중에게 지친 기색은 없었다. "제가 빨리 해야 서로 편해지는 걸 안거죠. 자, 뭐부터 할까요"라며 오히려 덤벼들었다. "톱스타가 그렇게 쉬워서 되겠냐?"라고 하자 그는 "톱스타가 뭔데요?"라고 되물었다.
"전 그냥 똑같아요. '넌 톱스타야'라고 말하면 오히려 불편해져요. 전보다 책임감이 무거워진 건 알겠어요. 큰 자리 나가서 '쟤는 왜 저러냐?'는 말 들을까 봐 더 이 악물게 되더라고요."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무대가 그랬다. 본식 한달 전, 개막식 주제가를 불러달라는 제안을 받고 그날부터 하루 50번 이상 주제곡을 듣고 불렀단다. 중국어 교사에게 발음 교정도 수시로 받았다.
"총 5000번 이상은 들었던 것 같아요. 자면서도 노래 틀어놓곤 해서, 막상 10만 관중이 들어찬 정식 무대에서는 이상하게 떨리지 않았어요."
홀로서기에 성공한 기분이 드냐는 말에 그는 "그 정도는 아니에요. 욕심을 버리고 일을 즐기는 법을 서서히 알아가고 있는 중이죠"라며 웃었다.
사실 '꽃보다 남자' 이후 1년만에 컴백한 MBC '장난스런 키스'는 한 자릿수대 시청률로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배용준의 소속사 키이스트로 옮긴 직후 택한 작품이라서 주위의 기대는 더 컸다.
"(배)용준이 형이 첫 방송 후 시청률이 낮게 나오자 '바닥 쳤으니 오르겠지, 너무 연연하지 말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줬어요. 언젠가 내려가야 할 때가 있을 텐데, 그 경험을 빨리 했다고 생각해요. 힘든 순간에 대처하는 법을 배웠고, 역시 사람은 죽으라는 법은 없나봐요. 또 한국이 아니면 외국에서라도 언젠가 인정받을 거라는 희망이 있었어요. 후회하긴 싫어요."
배용준과는 사나이끼리 통하는 구석이 많은 롤모델 같은 대선배다.
"DSP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이 끝난 뒤, 여러 루머가 많았죠. 사실 용준이 형 회사에 가고 싶은 마음이 있긴 했지만 형에게 솔직하게 말하기가 어려웠어요. 어느날 회사 문제 때문에 고민이 있다고 하자, 용준이 형이 자기 회사 대표를 소개시켜주겠다며 만나자고 했어요. 그런데 그 자리에 대표님이 계약서를 들고오셨더라구요.(웃음) 잘됐구나 싶었어요."
▶ 이적형, 진짜 곡 하나 주세요!
김현중의 스타 파워는 '욘사마' 못지 않다. 한 열성팬은 이번 '장난스런 키스' 현장을 쫓아다니면서 무려 30㎏을 감량해 팬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그에게 여자로서 잘보이기 위해서였다. 얼마 전엔 가수 이적이 '김현중의 리메이크 앨범 제안을 거절한 것을 후회한다. 데뷔 후 가장 후회되는 일"이라며 콘서트에서 고백하기도 했다. '꽃보다 남자'에서 김현중이 이적의 '기다리다'를 연주해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는데, 그때 이적이 김현중의 리메이크 앨범 제의를 "개인적 사정이 있는 곡이라 안되겠다"며 거절했다. 이적은 이젠 "한류스타 김현중이 내 곡을 불러준다면, 기타 연주도 해줄 수 있다. 혹시 김현중과 친한 사람 있으면 내 마음을 전해달라"며 굴욕적인 러브콜까지 보냈다. 이같은 사연을 들려주자 그는 "몰랐는데 혹시 립서비스 아닐까요"라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만약 곡을 준다면 정말 고맙죠. 내년 솔로 앨범을 낼 계획인데 진짜로 곡을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적의 '레인'은 명곡이에요. 한번도 뵌 적 없는데 곡 이야기로 언젠가 찾아뵙고 싶어요."
배우로서 만나고픈 선배는 이병헌. 인터뷰 전날 팬들이 선물한 DVD 1000여장 중 '악마를 보았다'를 보고서는 밤새 이병헌의 전 작품을 찾아 봤단다.
"과연 나라면 저런 악역을 리얼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 식당에서 이병헌 선배와 스쳐지나간 적이 있는데, 당시 쑥스러워서 인사를 못했어요. 이번 청룡영화상 때 참석하신다 하던데, 저도 내년 즈음엔 영화에 꼭 도전해 보고 싶어요."
▶ 독립 생활, 식사는 모두 배달 음식으로~
송파구 올림픽공원 근처서 나고 자란 그는 올해, 월세 독립생활을 시작했다. 중고등학교 때 치킨 배달, 서빙 아르바이트 등 안해본 일이 없는 그는 동대문에서 의류도매상을 하는 부모님에게 각별한 효자다. 어느날 늙어버린 어머니의 주름이 속상해서 화장품 선물을 한 뒤 몰래 화장실에서 울기도 했던 김현중은 지난 해 '꽃보다 남자' 종영 후 "이젠 장사 그만하시고 편하게 사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제 편하게 사시냐'고 부모의 안부를 묻자 "여전히 장사를 하시는데, 이젠 말릴 생각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당신께 일이 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기 때문인데, 대신 용돈은 매달 드려요"라고 덧붙였다. 부모와 따로 살지만 중학교 때부터 이미 가출과 독립, 친구들과의 치킨 사업, 연예 생활을 두루 경험한 남다른 과거 때문에 큰 불편은 없다.
"이사간 곳은 비밀이에요. 동네 사람들도 절 못알아봐요. 음식은 주로 배달시켜 먹는데, 모자에 고개 푹 숙이고 돈만 건네줘서 절 수상한 사람으로 생각할지 몰라요.(웃음)"
'가끔 트위터를 하며 지루한 시간을 달래지는 않냐'는 질문에는 "시간에 역주행하는 연예인 중 하나가 바로 저"라며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옛날엔 아버지가 TV 리모콘 작동법을 모르면 이해가 안갔어요. 그런데 연예 생활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제가 기계치가 되어 있더라고요. 트위터나 인터넷은 잘 안해요. 심심하지도 않아요. 미니홈피 꾸밀 시간에 솔직히 음악 다운받아 듣는 게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훨씬 안 아까운 것 같아요."
내년 계획은 음반 두장 발표와 드라마, 영화 활동, 그리고 아시아 팬미팅 투어다.
"주인공이 아니어도 좋아요. 서브라도 하고 싶은 연기를 할 거예요. 감독님들이 절 많이 찾아주셔야 하는데, 안 그러면 어떡하죠? 하하."
이인경 기자 be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