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영 선수가 중국어나 영어를 할 줄 알까요?"
17일 중국광저우 아시안게임타운 체육관. 선수들의 멘트를 따서 전하는 자원봉사자가 물어왔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과 인터뷰해 멘트를 전하는 역할을 하는 이들이다. "아마도 한국어와 영어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답변에 "김가영이 한국말로 뭐라 답했는지 꼭 알려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하지만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 믹스트존에 들어선 김가영이 유창한 중국어를 구사했기 때문이었다.
자원봉사자들과의 인터뷰가 끝나고 난 뒤 유창한 중국어의 비결부터 물었다. 김가영은 웃으면서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대만리그에 진출했다. 2001년이니까 벌써 9년전 일이다"라고 말했다.
2001년 인천문학정보산업고를 졸업한 김가영은 큐대 하나만 들고 대만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6년차 당구선수였던 그가 대만을 선택한 것은 꼭 이겨보고 싶었던 선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류신메인. 이번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스누커로 나가지만 원래 포켓볼 선수다. 고교 시절 국내에서 류신메인과 한두차례 만났던 김가영의 그의 플레이스타일에 매료됐다.
김가영은 류신메인과 맞붙으면서 실력을 키워나갔고 동시에 중국어도 익혔다. 김가영은 "류신메인을 이기고 난 뒤 대만에서 계속 훈련을 했다. 대만은 훈련 여건이 좋다"고 말했다. 이후 김가영은 한국, 대만, 미국을 누비며 세계정상급 선수로 성장해나갔다. 2004년 세계선수권을 비롯해 2009년 US오픈 등 굵직굵직한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국가대표로도 맹활약했다. 김가영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8볼 은메달을 따냈다. 2007년 마카오아시안인도어게임즈에서는 9볼 은메달을 수확했다. 2009년 홍콩동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9볼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시안게임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다. 김가영은 "이번대회 2관왕이 목표다. 물론 어려움이 많겠지만 많이 연습했다. 자신있다. 후회없는 한판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광저우=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