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떠맡고 있는 마인드가 다른선수와 다르고 큰 무대에서는 잘 하는 타입이기 때문에 삼성의 '에이스'입니다".
삼성 오치아이 에이지 코치가 말하는 '그'는 배영수(삼성)다. 최근 한국프로야구 마운드는 류현진(한화), 김광현(SK), 봉중근(LG)등 좌완들이 이끌고 있다. 그러나 에이스의 칭호에는 정통파 오른손 투수가 잘 어울린다. 배영수가 바로 그 에이스다.
배영수에게 있어 이번 한국시리즈는 2006년 이후 4년만이다. 당시 시리즈는 배영수가 수술대에 오르기 전의 마지막 등판 무대였다. "2006년과 올해 시리즈의 차이는, 올해는 즐기려고 생각해요. 물론 우승해야 한다고 것은 똑같은데 예전에는 팔꿈치가 아픈 상태였잖아요." 배영수는 이렇게 말한다.
배영수는 2006년의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에 선발 등판, 그 해의 신인왕 류현진과의 맞대결에서 6이닝을 4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특히 4회에는 무사만루 상황을 무실점으로 막고 에이스다운 위력을 보였다. 그 시리즈의 배영수는 3차전 연장 12회에 8번째 투수로 등판했고, 4,5,6전에서도 마운드에 섰다. 수술전에 보여준 에이스로서의 마지막 기백이었다. 그 결과 삼성은 한화를 누르고 2년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선발을 하다가 마무리하는게 정말로 어려웠어요. 그러니까 (장)원삼이가 잘 했던 거에요." 배영수는 그 당시를 되돌아 보면서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 때 중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후배를 칭찬했다.
배영수는 2007년에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팔꿈치 수술을 경험한 투수에게 물으면 "구위가 좋아지고 팔꿈치가 회복됐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이 있다"고 한다. 배영수에게도 그 순간이 있었다. "올시즌 후반의 대구에서 했던 두산전에서 그것을 느꼈어요. 투수는 전광판에 나오는 구속이 아니고 볼 끝이 중요하잖아요. 지금은 볼 끝이 살아나는 것 같아요."
배영수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3차전의 선발로 나섰다. 그 이유중의 하나를 오치아이 코치는 이렇게 설명했다.
"배영수에게는 대구구장의 마운드가 잘 어울려요. '소문'도 있으니 이번 등판이 대구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대구 팬들에게 그의 모습을 보여야지요".
소문이란 일본구단의 배영수에 대한 관심. 실제로 그런 움직임이 있다. 하지만 지금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시기상으로 너무 이른 듯 하다.
최고의 무대, 되찾고 있는 구위, 그리고 에이스의 풍격. 마운드에 선 배영수의 투구 모습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놓칠 수 없는 장면 중 하나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 저자>